서민은 허리띠 졸라매고 부자는 환호하는 경제와 일자리정책 궤도 수정해야
소통과 협치는 무시하면서 야당, 대내외 환경, 공무원 탓하는 것은 레임덕 자인한 셈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오차범위 안에서 맞서고 있다. 여권은 긍정 평가가 약간 앞서고 있는 사실에 안도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정수행 지지도는 특별한 이슈가 생기면 요동치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할 만한 데이터는 아니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정권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려면 전문가들의 판단을 참고하는 것이 낫다. 이들의 의견이 여론조사 결과보다 객관성·타당성·정확성 측면에서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 정권은 10점 만점에 5.1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인사정책, 일자리정책, 부동산정책, 재벌개혁 분야에서 3.9~4.6점을 줬다. 특히 인사정책과 일자리정책에 대해 1점을 준 전문가가 22%를 넘었다. 대통령비서실은 부처와 기관 평가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은 서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경제적 쇼크나 다름없는 마이너스 성장도 현실화했다. 궤도 수정을 하지 않으면 민생이 파탄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다. 분배를 강조하는 정권에서 부익부빈익빈이 심화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현상이다.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자들은 환호하는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일자리정책 반성문을 썼다. 정부가 재정을 퍼부은 일회성 일자리정책이 고용 안정이나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었음을 통렬히 반성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고용 사정이 개선되고 있다며 현실과 괴리된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지켜본 결과 문 대통령은 경제 상황에 밝기는커녕 문외한에 가깝다는 인상마저 든다. 문 대통령에게 그릇된 경제이론과 접근방법을 입력하는 인사들을 솎아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인사혁신의 칼을 뽑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실한 인사검증과 부적절한 인사의 임명 강행은 이 정권에서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다.

틈만 나면 비판하던 이전 정권들의 원칙 파괴도 서슴없이 답습하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대표적이다. 나랏돈을 뭉텅뭉텅 투입하는 대형 국책사업은 시행 전에 반드시 예타 조사를 거쳐 선정해야 한다. 첫 삽을 잘못 뜨면 천문학적인 혈세만 낭비한다. 무분별하게 대형 사업을 강행하면 다음 세대와 정권에 초대형 부채만 안긴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한반도 주변 4강 외교는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위해 보조를 맞춰야 할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미 간에 발표문이 다르고, 미국에서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북핵과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일본과는 아예 등을 돌린 듯한 모습이다. 일본에도 문제가 많지만 마치 원수처럼 대하면 한국이 실리를 취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 정상을 설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음을 돌리게 하려는 전략도 없는 것 같다. 두둔하고 있는 김정은으로부터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하지 말라”는 핀잔까지 들었다. 국민 입장에서 듣기에 대단히 민망한 망발이다. 국민은 김정은에게 “아집 부리지 말고 북핵 폐기에 나서라”고 일갈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문 대통령은 언론과 만나기를 꺼리는 모양이다. 취임 이후 기자회견은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만 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하지 않았고, 취임 2주년은 방송 대담으로 대체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사의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사회·경제 원로들과의 대화는 왜 했는지 모를 만큼 겉돌았다. 원로들이 고견을 내놨지만 부정적인 반응만 보인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들과의 만남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쳐선 안 된다.

야당과의 협치는 오래전에 실종됐다. 자유한국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하지 말고 당청이 아우르고 가야 한다. 국정운영의 책임자인 문 대통령이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국당에 무조건 양보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야당과 마주 앉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모색하라는 것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적폐세력이라고 몰아붙이면 국가가 거덜나고 국민만 피폐해진다. 문 대통령이 야당 비판의 최선봉에 서면 안 된다.

이 정권은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남 탓으로 돌렸다. 이전에는 야당과 대내외 환경을 들먹이더니 급기야 공직사회에 화살을 돌렸다.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남발하면서 뒷수습이나 떠맡기고, 적폐로 몰릴 수 있는 분위기에서 누가 일을 하겠는가.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의견을 정책에 반영했다면 그들이 지금처럼 팔짱을 끼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과연 누구 책임이란 말인가. 어느 정치인의 말마따나 ‘레임덕’을 자인한 듯하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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