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설명하는 용어로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두 나라는 무역을 넘어 세계 패권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그것은 이미 분쟁을 넘어 전면전을 향해 가는 전쟁이 됐다. 이제 명분을 따지지도, 체면을 차리지도 않는다. 미국 대통령은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놓고 항복을 요구했다. 협상 와중에 2000억 달러대 중국 제품의 관세를 인상했고 결렬되자 3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인상 절차를 시작했다. 중국은 이를 악물었다. 600억 달러대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그 위험을 경고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보란듯이 강행했다. 중국 언론은 미국의 핵심 기업을 겨냥한 정밀 타격을 주문하며 강경한 목소리를 쏟아낸다. 세계 경제의 질서 따위는 그들의 안중에 없다. 누가 패권을 쥐어 사자의 몫을 차지하느냐에 사활을 걸었다. 진흙탕싸움은 이제 서막이 올랐을 뿐인데 세계 주식시장에서 1조 달러가 증발했다. 주변국들은 매우 소모적임을 알지만 피할 도리도 없는 고약한 일에 휘말렸다. 소용돌이를 헤쳐 갈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의 쟁점은 중국의 산업 보조금 정책이다. 미국은 폐지를 법제화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주권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미국의 압박 관세와 중국의 보복 관세가 나란히 현실화할 6월 초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전면전의 막이 오를 테고 불똥은 고스란히 주변국에 옮겨 붙을 것이다. 한국은 두 고래의 싸움에 터지기 딱 좋은 새우의 등을 가졌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에 한국 수출액이 1조원 이상 감소하리라 전망했다. 최대 피해 품목으로 반도체가 꼽혔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주일 새 시가총액이 20조원이나 증발했다. 반도체 고전이 계속될 경우 올해 성장률은 2%를 밑돌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중 협상의 최종 타결 시점을 올 연말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타결된다 한들 봉합일 뿐이며 경제 패권 전쟁은 수십 년간 계속될 거라고 말한다. 두 나라는 우리의 교역 비중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갈등에서 비켜 설 수 있는 처지가 아니고 한 쪽을 선택해서 될 문제도 아니다. 미·중 분쟁의 일상화를 상수로 놓고 그 환경에 적응하며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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