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신동빈(오른쪽 두 번째) 롯데그룹 회장 등과 면담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총수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것은 신 회장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를 받았다. 국내 대기업 총수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것은 신 회장이 처음이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4시15분쯤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투자 확대와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 회장을 만난 뒤 트위터에 “롯데그룹 신 회장의 백악관 방문을 매우 환영한다”면서 “그들은 한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루이지애나주에 투자했으며 미국민들을 위해 수천 개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한국과 같은 훌륭한 파트너들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전용 책상인 ‘결단의 책상’에서 신 회장과 면담하는 사진도 트위터에 함께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 회장에게 “루이지애나에 투자한 건 잘한 일”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9일 루이지애나주에 준공한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 공장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공장이 위치한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지역을 방문해 에너지 인프라와 경제 성장을 주제로 연설했다.

전문가들은 롯데의 대규모 투자에 이은 신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이 한·미 관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해 한·미 관계에 도움을 줬다. 롯데의 투자도 같은 맥락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미 대통령으로부터 칙사 대접을 받으며 글로벌 무대에서 ‘롯데’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국에서 고전해온 롯데가 미국에서 인정받음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롯데 입장에서는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만든 셈이고,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선 한국 기업이 미국에 중요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향후 한·미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롯데마트가 철수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롯데는 중국 리스크를 떨쳐내기 위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서 미국 등 선진 시장에 대한 투자를 병행했다.

롯데가 미국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91년이다. 현재 롯데상사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5개사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 앨라배마주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이어 롯데는 2013년 괌 공항면세점 사업에 진출했고, 2015년엔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해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처음 북미 지역에서 호텔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 회장에게 롯데뉴욕팰리스호텔 사업에 대해 “좋은 투자였다. 전통 있는 훌륭한 건물이니 잘 보존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미국 투자 규모는 총 40억 달러를 넘어섰고, 고용 창출은 2000여명에 이른다. 롯데는 앞으로도 미국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미국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교류해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상당한 시너지를 확보하고 있다”며 “한·미 경제 협력,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 향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손재호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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