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성식 페이스북 캡처

“스승의 날을 폐지해 주세요.”

현직 교사가 ‘스승의 날’(5월 15일)의 법정기념일 지정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주인공은 정성식(사진)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전북 지역의 19년차 현직 초등학교 교사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스승의 날 폐지와 ‘교육의 날’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 글을 게시했다.

정 회장은 14일 청원을 낸 이유에 대해 “스승의 날만 돌아오면 기념일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교사에게 스승의 날만큼 부담스러운 하루도 없다”며 “현직 교사들은 진심으로 스승의 날 폐지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년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정부는 포상과 표창으로, 학생·학부모는 감사의 인사로 교사에게 존경을 표한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풍경들과 마주하게 된다. 교사는 포상을 신청하기 위해 스스로 공적조서를 작성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법이 허용하는’ 선물이 무엇인지를 찾아 고민에 빠진다. 국민권익위원회 지침에 따르면 카네이션의 경우에도 종이만 허용되고 생화는 불가능하다. 카네이션은 반드시 학생 대표가 전달해야 한다.

정 회장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문제 삼을 교사는 없다.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스승의 날만 돌아오면 교사를 죄인으로 취급하는 시선에 있다”며 “선물도, 큰 행사도 필요하지 않다. 의미를 정확하게 되새길 제대로 된 기념일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주장하는 게 교육의 날이다. 스승을 향한 존경을 강요하지 말고, 교육의 세 주체인 학생·교사·학부모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진짜 기념일을 만들자는 취지다.

정 회장은 “보건의 날(4월 7일)이지 의사의 날이 아니다. 법의 날(4월 25일)이지 판사의 날이나 검사의 날이 아니지 않느냐”며 “스승의 날도 교육의 세 주체 모두에게 의미 있는 교육의 날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 혼자만의 주장은 아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도 이날 “스승의 날이 학교에서 마지못해 행사를 치르는 고역의 날이 됐다”며 “스승의 날 대신 교사의 날을 제정해 달라”고 공개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국민청원 동의자 수 역시 오후 5시30분 현재 기준 3416명. 정부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0만명에는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38년 역사의 스승의 날을 유지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며 정 회장의 청원에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 대부분은 지금 교편을 내려놓고 물러난 옛 교육자거나 행정가들”이라며 “누군가를 ‘스승’이라고 부르는 일은 오직 가르침을 받는 사람만이 결정할 수 있다. 현재의 스승의 날은 교사가 동의하지 않는 학생 앞에서 스스로를 ‘스승’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박준규 인턴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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