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렬(오른쪽) 국토교통부 2차관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17개 시·도의 부단체장과 영상회의를 열고 버스업계 노사협상 상황, 파업 시 비상교통대책 등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버스 파업’ 예고 시한을 하루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교통 취약지역’ ‘광역버스’에 돈을 투입한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요금 인상에 나서기로 했다. 노선버스 운영에 개입할 수 없는 중앙정부가 우회로를 찾아 예산을 투입하는 형태다.

특히 국토교통부 소관인 ‘급행 광역버스(M-버스)’ 외에 지자체가 관리하는 ‘일반 광역버스’에도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권한과 업무를 가져와 나랏돈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반 광역버스의 준공영제 추진에는 최소 2~3년이 걸린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권한 이관, 조직 재정비 등 난제가 아직 수두룩하다.

버스 노조의 요구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①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감소한 임금의 보전, ②근무시간 단축으로 필요한 인력 충원이 그것이다. 관건은 여기에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버스 노조는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서 재원을 부담하라고 주장한다.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회계)에 ‘버스 계정’을 추가해 달라는 얘기다. 국토부도 노조 주장에 동의한다.

막상 돈을 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난처하다. 기획재정부는 2005년 버스 업무와 재원 권한을 지자체에 넘겼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임금 삭감, 인력 충원을 해결하려고 직접 돈을 쓸 수 없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교통취약지역’ ‘광역버스’라는 두 가지 묘수를 찾아냈다. 현행 보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버스운송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 버스공영차고지 건설, 벽지노선 손실 보상, 오지·도서지역 공영버스 지원 등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 정부는 시행령을 바꿔 공영 차고지와 오지·도서지역 공영버스 지원이 가능한지 살펴보고 있다.

광역버스 가운데 ‘M-버스’는 중앙정부에서 재정을 투입할 수 있다. M-버스 허가권은 국토부에 있다. 관련 예산 계정도 존재한다. 현재 교특회계에는 교통체계관리계정이 있다. 이걸 이용해 교특회계에 새롭게 버스 계정을 만들지 않아도 재정을 지출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계정 내 사업 프로그램’을 신설할 수 있다면 당장 내년에라도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광역버스에는 M-버스 외에 일반 광역버스가 있다. 지자체에서 권한을 보유한 일반 광역버스를 어떻게 할지 대안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지자체에서 맡고 있는 일반 광역버스 업무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로 옮기고, 모든 광역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한국교통연구원과 경기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경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관련 법에 따르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의 업무 소관 영역은 광역교통계획 수립 및 지원 등에 한정돼 있다. 광역버스 운영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 버스총량·배차간격 조정, 대용량 버스 도입, 준공영제 지원 등 간접 업무만 할 수 있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가 지자체의 업무를 넘겨 받으려면 법을 개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법적 근거를 서둘러 마련한다 해도 실무 작업이 만만치 않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광역버스의 노선, 배차 간격, 운행대수, 노선 수요, 버스업체 목록 등을 한군데로 모은 뒤에 각 지역 담당자를 새로 배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반 광역버스 노선과 겹치는 시내버스 노선을 분리하는 일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의 조직 비대화 논란도 해소해야 한다.

얽히고설킨 숙제들이 앞에 놓여 있지만 국토부와 대도시권광역교통위는 구체적인 업무 이관 방식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시안 대책’의 남발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분별한 재정 지원을 보장하거나 특정 정부기관이 결정 권한을 독점하면 지역별로 다른 교통여건이 버스노선에 세심하게 반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선버스의 적정요금, 버스의 공공성 범위 등을 놓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그 다음에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전슬기 전성필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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