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철 송탄장로교회 목사 부부는 큰 딸 하영씨 외에 유신과 유민, 유하 세 아들을 두고 있다. 세 아들은 ‘가슴으로 낳은 자식’인 입양아다. 권 목사의 가족 사진. 권혁철 목사 제공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국내외 입양건수는 2011년 2464건에서 2017년 863건으로 급감했다. 친부모가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입양 절차도 기존 신고제에서 법원이 입양 여부를 결정하는 ‘입양허가제’로 바뀌었다. 입양이 확정되기까지 길게는 1년 넘게 걸리다보니 만 13개월이 지난 ‘연장아’ 입양이 늘었다.

친딸 외에 세 남자아이를 입양한 권혁철 송탄장로교회 담임목사도 2013년 3월 둘째 아들 유민이를 생후 23개월 때 데려왔다. 권 목사는 지난 3일 인터뷰에서 “연장아가 처음 오면 우리 가정의 행복을 앗아가는 사람이 된다”고 했다.

“아이를 집에 데려와 안아줬는데 아이가 나를 물었다. 엄청난 거부반응이었다”고 회상한 권 목사는 “그때만 해도 연장아 입양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며 “아이를 씻기려 옷을 벗겼는데 아이가 짐승처럼 물건을 집어 던졌다”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갑자기 바뀐 환경에 낯선 사람들이 자기 옷을 벗기는데 얼마나 불안했을까 싶다고 한다.

권 목사는 입양 전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보육사 4~5명이 보육원에 출근해 하루 3교대로 아이들을 돌봐준다”며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임되다보니 아이들이 타인과 소통을 힘들어하고 자기 영역을 만들기 위해 싸운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활을 오래 한 연장아는 입양 직후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안아주면 오히려 잠을 못자고 잘 때 쪼그린 자세로 잔다. 폭식 증세도 있다. 유민이도 입양 초기 앉은 자리에서 마트 피자 한 판을 다 먹고 토한 적이 있다. 입양아는 부모에게 ‘엄마, 아빠’라고 부르긴 하지만 정작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자신에게 가장 잘 해줄 것 같은 사람, 힘이 셀 것 같은 사람 무릎에 가서 앉는다고 한다.

권혁철 목사와 세 아들은 함께 산에 오르는 게 취미다. 설악산에 오른 세 아들. 권혁철 목사 제공

그래도 권 목사는 신생아 입양보다 연장아 입양이 좋다고 했다. 신생아 입양은 아이를 출산하는 것과 비슷해 어렸을 땐 큰 문제가 없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반면 연장아 입양은 처음에는 많이 싸우지만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적응하므로 신생아 입양과 같은 상황을 겪진 않는다.

그래서 그는 꼭 공개입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개입양은 전체 국내입양 중 절반 정도다. 권 목사는 “한 입양아는 서른두 살에 아이를 둘이나 낳았는데도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속았다는 생각에 부모와 연을 끊었다”며 “입양 모임 등을 통해 입양이란 말을 어려서부터 쓰게 함으로써 입양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혹시나 아이가 심각하게 물어봐도 똑같이 심각하게 대하면 안 된다”며 “‘엄마, 아빠도 피 한 방울 안 섞였어. 입양한 게 뭐 어때. 넌 내 자식인데’라는 식으로 말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목사는 또 “입양은 절대로 1명만 하면 안 된다”며 “아무리 내 자식으로 키워도 (친자식인) 누나와 자신을 비교해 형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유민이를 입양하기 전 첫째 유신이를 입양했다. 셋째 유하는 생후 6개월 때 유민이와 함께 입양했다.

권혁철 목사는 세 아들을 학교에 보내는 대신 홈스쿨링으로 교육하고 있다.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모습. 권혁철 목사 제공

세 아이의 입양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유신이를 입양한 뒤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입양 조건이 강화됐다. 유민이를 입양할 때 그는 ‘충분한 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한 아이를 입양한 상태였고 진심으로 아이를 잘 키울 의지가 있다는 점이 판사의 마음을 움직였다.

권 목사는 “입양을 안 한 사람은 우리나라 입양정책이 좋은 쪽으로 간다고 생각하지만 입양을 해본 사람은 국가가 소위 ‘미친 짓’을 한다고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입양 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입양 조건을 엄격하게 한 건 이해하지만 이 절차가 길어져 법원에서 입양 여부를 결정하는 와중에 판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입양을 바라보는 판사의 시각도 엄격해져 입양 허가를 받기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가정으로 갈 수 있는 아이들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권 목사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국가가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육원에서 크면 대학까지 무료로 갈 수 있는데 실제 대학에 가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며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최고의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보육원이지만 부모가 없어 탈선하는 아이가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인구 수 대비 보육원이 가장 많은 나라인데 권 목사는 “지금부터라도 보육원을 줄이고 아이들을 가정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양을 장려할 경제적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권 목사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입양하면 아이 한 명당 보육비로 월 15만원 나오는데 미국에선 3명 입양하면 부모가 직업을 가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지원해준다”고 했다. 장애아를 입양해도 마찬가지다. 그는 “매달 150만원씩만 줘도 엄마들이 일을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 엄마만이라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입양아를 양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북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 우리 아이들을 입양한 건 자국민이 애를 안 낳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입양에 대한 국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한 동남아인 중 자국에서 한 번 결혼했던 사람이 현지 자식을 국내로 입양하고 있는데 이 숫자가 연간 500여명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도 우리의 자식으로 품어야 한다고 했다.

권 목사는 “입양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입양을 하고 입양아를 키우면서 부모는 자신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계를 겪게 되고 그렇게 아이와 함께 성장하게 된다”며 “입양은 ‘새로운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했다.

권 목사는 세 아이를 입양하는 데 있어 큰딸이 가장 큰 희생자라고 했다. 열 살 때부터 입양아 동생을 맞이한 딸 하영씨는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권 목사는 “하영이가 ‘엄마, 아빠가 동생들 예뻐할 때 나는 늘 뒤에 있었어요’라고 말했다”며 딸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엄마와 함께 러시아 여행을 보내주려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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