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닥칠지 몰라.
봄이 왔는데도 꽃은 피지 않고
새들은 목이 아프다며
지구 밖으로 날아갈지 몰라.
강에는 썩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들은 누워서 떠다닐지 몰라.
나무는 선 채로 말라 죽어
지구에는 죽은 것들이 판을 치고
이러다간
이러다간
봄은 영영 입을 다물지 몰라.
생명은 죽어서 태어나고
지구는 죽은 것들로 가득할지 몰라.
그래도 봄을 믿어봐.

김형영의 시집 ‘화살시편’(문학과지성사) 중

1944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난 시인은 1966년 등단했다. 그는 시집 ‘침묵의 무늬’ ‘다른 하늘이 열릴 때’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나무 안에서’ ‘홀로 울게 하소서’ 등에서 성서적 상상력과 직관의 힘을 보여준다. 최근 출간한 이번 시집은 시작 50여년의 지점에서 창작의 원형을 재확인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현대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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