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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명민] 강제입원만으론 안전 보장하기 어렵다


최근 정신질환자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사회로부터 격리해서라도 사회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일 26개 전문학회와 당사자 단체는 ‘정신건강의 국가 책임성 강화! 배제가 아닌 지원과 통합을 위한 대안 마련을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국가 중심으로 정신질환자를 위한 지원과 통합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이들은 강제입원 주장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일까. 단지 인권보호 때문일까. 물론 그런 측면도 있지만 강제입원만으로는 우리가 우려하는 사회 안전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그 이유 중 몇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에 비해 입원 병상이 많고 비자의적 입원 비율도 월등히 높은 나라다. 문제는 입원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과정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입원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돼 퇴원해도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현저히 부족해 치료 효과를 유지하고 회복 과정에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둘째, 격리수용이 강조될수록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이 심해지고 낙인이 심해지면 치료에 다가가기 힘들어진다. 정신질환도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 집중적인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받을 때 예후가 좋은데 낙인이 심할수록 병을 숨기게 돼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게 된다. 셋째, 정신질환자의 폭력성에 관한 경험적 연구들에 따르면 이들의 폭력성은 질환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고 과거 자신이 폭력을 당했던 경험이나 사회적 고립, 또는 술이나 약물중독 같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결국 강제격리와 단절은 그 자체가 트라우마가 돼 또 다른 폭력을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이유 때문에 정신건강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많은 나라는 강제입원과 같은 폭력적 방법보다 지역사회에서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인프라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근시안적 대책을 넘어 보다 공공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가야 할 때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최명민(백석대 교수·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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