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도 싱글인데… 배려없는 교회, 불편해요

늘어나는 미혼 성도, 신앙생활 애환 들어보니

만혼 비혼 등 여러 이유로 교회에 싱글이 늘고 있다.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 신앙의 성장을 잘 이뤄갈 수 있도록 하는 배려와 사역이 필요하다. 픽사베이

‘혼밥’(혼자 밥 먹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술’(혼자 마시는 술) 등 나홀로족의 생활양식이 더는 낯설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2018년)에 따르면 1인 가구가 562만 가구로 2000년 222만 가구에서 152.6%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계속돼 올해 국내 전체 일반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30%나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듯 교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35세 이상의 싱글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전보다 평균 나이가 훌쩍 올라간 청년부나 30대 중후반의 청년부 회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싱글족은 교회에서 제대로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들의 애환을 더 들어보자.

30대 후반의 직장인 여성 A씨는 어릴 때부터 다닌 작은 교회에서 오랫동안 반주와 교회학교 교사 등으로 섬겼다. 교회에서 “이제 마흔이 되는데 빨리 짝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교회 친구들은 이미 결혼해서 부모가 돼 있고 고민을 나눌 상대가 없었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 청년부 모임을 하는 한 대형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2개 교회를 섬기는 셈이다. A씨는 “짝을 만나야 하는데 작은 교회에는 청년이 없고 고민이 많았다. 살기 위해 결정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40대 초반 B씨는 최근 ‘영적 방황기’를 보내고 있다. 10년 이상 다닌 청년부에서 후배들 보기가 민망해 주일예배만 드린다. 마음을 나눌 또래가 없다 보니 외롭다. B씨는 “마흔이 넘으니 청년부에 다니기 힘들고 부부 중심으로 사역이 이뤄지는 장년부에 들어가기도 모호하다”고 했다. “멀쩡한데 왜 결혼 안 하냐”는 말을 들으면 “좋은 자매 있으면 소개해주세요”라고 받아치지만 이런 이야기를 더는 듣고 싶지 않다. 그는 외로움과 우울함을 인터넷 게임으로 풀고 있다.

이들과 달리 무역업에 종사하는 C씨는 비교적 건강하게 자신의 싱글 생활을 즐긴다. 물론 부모님과 지인, 친구들로부터 결혼 질문을 받으면 “때가 되면 만나겠죠”라며 적당히 넘기지만 그렇다고 미혼 상태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진 않는다. 그에겐 매진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진심 어린 교회 친구들이 있다. 10년 이상 보육원에서 봉사하며 가깝게 지낸 이들이다. C씨는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 봉사하면서 회복되는 경험을 했다”며 “봉사하지 않고 내 기도 제목을 나눌 친구가 없다면 지금 시기를 잘못 보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싱글들은 대개 35세 이상이 되면 교회 청년부에서 활동하기 어렵다고 한다. 40세가 넘으면 ‘강심장’이 아닌 이상 버티기 어렵고, 대부분 그 전후에 청년부를 졸업한다. 이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은 자신의 고민을 나눌 공동체가 없다는 것이다. 청년부와 장년부 모두 어색하다. 한 주 두 주 예배를 안 드리다 신앙을 잃거나 ‘가나안 성도’가 되기 쉽다.

이들은 또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과 말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책 ‘싱글 라이프’에 따르면 싱글들은 ‘결혼 독촉 3대 레퍼토리’인 “평생 외롭게 살래?” “나이 들면 후회한다” “그러다 혼자 죽으면 어쩔래?”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작은 교회에선 집중받는 게 더하기 때문에 대형교회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큰 교회에는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작은 교회보다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배우자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서울 오륜교회 ‘새벽이슬 청년부’는 35~44세로 구성된 공동체다. 400여명의 싱글들이 영적 공급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수련회 현장(왼쪽)과 겨울 공동체 리더들의 모임 장면이다. 오륜교회 제공

늘어나는 싱글족을 어떻게 세우고 도울 수 있을까. ‘싱글 라이프’를 발간한 심경미 목사는 “교회에서 부부 중심의 사역이 이뤄지고 있는데 전통적인 가정 범위를 벗어나면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며 “만혼 이혼 사별 등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싱글족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결혼해서 아름다운 가정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싱글이 된 이들이 정체성을 갖고 잘 살도록 격려하는 게 필요하다. 심 목사는 “싱글은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게 확고할 때 앞으로 어떻게 살 수 있을지 재정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문화사역단체 갓데이트(대표 문형욱)는 크리스천 청년의 매칭 프로그램뿐 아니라 싱글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내면의 상처를 회복하도록 돕는 프로그램 ‘마음 여행’ ‘행복한 나에게 프러포즈하기’ 등을 진행한다. 문 대표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서 어떤 비전이 있는지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갑 청년사역연구소장도 “교회가 싱글을 위해 하나님 나라에 대한 관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사도 바울처럼 싱글로도 얼마든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 수 있다. 가정에 얽매이지 않는 싱글이 특히 봉사영역에서 기혼자보다 탁월하게 쓰임받는 걸 보게 된다. 좋은 싱글의 모델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싱글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 이들도 마음 편하게 영적 공급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함께 기도하는 든든한 울타리만 있다면 이들의 영적 방황을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심 목사는 “가정의 달이 되면 교회에선 부부 중심의 세미나가 집중적으로 열린다. 싱글에도 관심을 두고 이들을 위한 세미나와 교육 과정, 모임 등이 있으면 유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싱글을 위한다는 말과 행동이 진정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문 대표는 “지나친 관심보다 싱글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들을 위해 조용히 중보하며 섬기는 게 더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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