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제기한 14억430만 달러(1조668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에서 하나금융이 완승했다. 하나금융은 15일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가 하나금융이 ‘전부 승소’한 내용의 판정문을 송달했다”고 밝혔다. ICA가 하나금융의 손을 들어준 것은 론스타의 탐욕을 100% 인정한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판정 의미가 남다르다. 론스타가 결과에 불복해 판정취소신청을 할 수 있지만 과거 ICC에서 받아들여진 선례가 없어 이번 판정은 최종심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하나금융, 론스타의 악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가 그해 3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론스타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1심 유죄, 2심 무죄 판결에 이어 2011년 3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재판이 진행 중인 2010년 11월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 51.02%를 4조6888억원에 넘기는 조건으로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뒤늦게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가격 조정이 이뤄져 최종 매각 대금이 7732억원가량 줄었다. 하나금융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되면서 외환은행 주가가 급락해 인수 가격을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론스타에 세금 3916억원을 원천징수했다. 그러자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 매각승인 지연, 가격인하 압박 등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하나금융에는 ICC 중재를, 한국 정부에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청구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론스타와의 일전에서 하나금융이 완승한 것은 낭보가 아닐 수 없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전부 승소하면서 앞으로 손해배상청구 규모가 5조3000억원에 달하는 ISD에서도 한국 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관측한다. ISD 판결은 빠르면 상반기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가용 자원을 동원해 ‘먹튀’ 논란을 불러온 론스타를 패소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