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버스 파업이 불과 12시간도 채 남지 않은 지난 14일 오후 4시30분 TV 생중계 화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나타났다. 이 지사는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안, 김 장관은 광역버스 준공영제 도입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버스 파업을 막기 위해 전향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기습 발표’였다.

그런데 정작 국토부 실무진은 이런 발표가 있는지도 몰랐다. 김 장관은 국토부 교통물류실장만 대동하고 비공개로 국회를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생중계가 이뤄지던 때에 국토부 실무진은 대부분 정부세종청사에 마련된 ‘버스 파업 비상대책반’에서 지자체별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중이었다. 발표 소식을 뒤늦게 접한 뒤 내용 파악을 위해 부랴부랴 TV를 켜고 내용을 받아 적어야 했다. 이날 오후 5시를 훌쩍 넘어서야 장관의 발표 내용을 정리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야말로 혼란스러운 비상 사태였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긴박한 상황에 합의안이 나와 다행이라면서도, 장관이 실무진과 아무 협의도 없이 갑자기 생중계 발표를 한 점을 아쉬워한다. 국토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버스 파업을 막기 위해 밤샘까지 벌였는데도 ‘두 정치인의 결단’으로 사태가 해결된 것처럼 비쳐 맥이 빠진다는 뒷말도 나왔다.

특히 최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토부 공무원을 겨냥해 ‘복지부동 공무원’이라고 비판한 대화 내용이 공개된 직후라 ‘공무원 패싱’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국토부 노조는 “여당·청와대가 공무원을 정치인의 하등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까지 냈었다. 한 공무원은 15일 “김 장관이 지난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난 당신들을 믿는다’며 국토부 공무원을 감쌌는데 정작 믿는다는 부하 직원들을 건너뛰고 국회에서 생중계로 발표한 걸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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