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버닝썬 수사가 초라한 결과물을 내놓고 사실상 막을 내렸다. 수사관 152명을 투입해 석 달 넘게 매달렸지만 의혹의 실체에 접근했다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 여러 혐의를 적용했던 가수 승리의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클럽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수사를 하긴 했나 싶을 만큼 밝혀낸 게 없다. 승리의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거론됐던 윤모 총경은 수사 정보를 알려준 직권남용 혐의로만 송치키로 했다. 골프와 식사 접대를 받아 청탁금지법 적용이 예상됐지만 액수가 요건에 미달해 무혐의 처분됐다. 유착 수사로 입건한 경찰관은 8명이지만 1명만 금품수수 혐의를 찾아내 구속했고, 나머지는 불구속 송치했거나 여전히 조사 중이다. 경찰이 이런 수사 결과를 발표한 날 검찰은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를 압수수색했다. 현직 경찰관들이 유흥업소에 단속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네티즌들이 “승리가 승리했다”며 비아냥거린 영장 기각은 범죄 소명 부족 등이 이유였고, 업소 유착은 검찰이 직접 나설 만큼 엄존하는 현실인데 경찰은 제대로 들춰내지 못했다. 전자는 경찰의 실력 부족을, 후자는 의지 부족을 보여준 셈이 됐다.

검찰이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시작한 사안은 9년 전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과 연결돼 있다. 이씨는 경찰관들을 매수해 단속 정보와 사건 무마를 제공받으며 룸살롱 17개를 운영했다. 그의 통화내역에 등장한 경찰관은 69명이나 됐고 18명이 기소됐다. 이씨에게 단속 정보를 넘겨줬던 박모 경위는 영장실질심사 직전 도주했다. 도피 생활을 하면서도 성매매 업소를 여러 곳 직접 운영하다 최근 구속됐는데, 그에게 단속 정보를 제공해준 현직 경찰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씨부터 버닝썬과 박 경위까지 업소와 경찰 사이의 음습한 거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뿌리 뽑겠다는 경찰의 행동은 늘 뒷북이었고 수사의 칼날은 무디기만 했다. 이런 조직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버닝썬 수사도 치부를 도려내기는커녕 제 식구 감싸기란 의혹만 덧붙였다. 경찰이 검찰의 통제에서 벗어나 온전한 수사권을 가지려면 국민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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