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존 볼턴의 세상이다. 트럼프도 이 세상의 주민일 뿐이다(It’s John Bolton’s world. Trump is just living in it).’

콜린 칼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공동대표와 존 울프스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군축비확산담당 선임국장이 14일(현지시간) LA타임스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 제목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도처에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 나선 이후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핵심 대외 현안들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상관인 트럼프 대통령마저 볼턴 보좌관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예스맨’이 된 형국이다. 볼턴 보좌관이 미국을 이중, 삼중 전쟁의 수렁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두 사람은 기고문에서 “볼턴 보좌관이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만약 볼턴의 오랜 야망이 현실화되면 미국은 하나의 전쟁(a war)이 아니라 복수의 ‘전쟁들(wars)’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된 건 볼턴 보좌관의 책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타협적 태도를 취하라고 볼턴 보좌관이 여러 차례 압력을 넣은 결과라는 것이다. 회담 결렬은 결국 북·미 간 긴장 격화로 이어졌다.

북한을 향한 볼턴의 반감은 역사가 깊다. 볼턴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직후부터 이 합의가 북한에 핵개발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된 이후에는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고 2차 북핵 위기를 불러오는 데 기여했다. 볼턴은 트럼프 행정부에 입성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미국이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해 선제타격하는 것은 지극히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업적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한 것도 볼턴이다. 그의 전임자였던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미국이 JCPOA 틀 안에 있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해 왔다. 하지만 볼턴은 지난해 4월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JCPOA 파기를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 만인 5월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했다.

볼턴은 이란 역시 붕괴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볼턴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이스라엘 관리와 만난 자리에서 “사담 후세인을 처리한 다음 미국의 목표는 이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이 JCPOA를 탈퇴토록 한 것은 이란혁명 40주년인 올해가 되기 전에 이란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고 한다.

볼턴이 베네수엘라에 극도로 호전적인 배경에는 쿠바에 대한 반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볼턴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남아메리카에 쿠바 영향력을 퍼뜨리는 ‘앞잡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볼턴은 지난해 11월 쿠바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를 ‘폭정의 트로이카(troika of tyranny)’라고 칭하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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