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걸어가야 할 것이지, 논할 것이 아니다

개혁자들/야나이하라 다다오 지음/홍순명 옮김/포이에마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이자 도쿄대 총장을 지낸 야나이하라 다다오(矢內原忠雄·1893~1961)가 펴낸 7인의 위대한 신앙인 이야기다. 저자는 일본의 무교회주의자 우치무라 간조의 제자로 일제 침략전쟁을 반대하다가 도쿄대 교수직에서 해직됐다. 2차대전 종전 후 복귀해 총장으로 봉직하며 존경을 받았다. 책은 성경 인물인 이사야 예레미야 바울과 마르틴 루터, 올리버 크롬웰, 에이브러햄 링컨 그리고 우치무라를 다룬다.

책을 읽어가면 인물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자유와 진실 그리고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던 개혁가들이었다. 화려한 인생을 사는 대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갔다. 고난 속에서도 미래를 추구했다. 저자는 이들을 위인으로 떠받들지 않는다. 그들이 걸어온 길을 보여준다. 여기서 저자의 인생관이 투영된다. “인생은 걸어가야 할 것이지, 논할 것이 아니다”라는 멋진 말과 함께.

이사야와 예레미야를 보자. 저자는 사무엘 이후 가장 위대한 예언자로 두 사람을 꼽았다. 예레미야에겐 알프스산맥의 준봉인 마터호른산 같은 깊이를, 이사야에겐 몽블랑산 같은 크기가 있다고 평가한다. 구약의 제사장이 지위를 세습하며 직업종교인으로 살았던 사람이라면, 예언자는 직업종교인들이 율법의 문자적 해석에만 집착하다 본질을 잃어버린 폐해에 저항한 사람이었다.

이사야는 정치가와 종교가의 가증한 위선을 사정없이 규탄했다. 부의 집중과 부동산 투기(사 5:8), 지배계급의 방자한 향락(사 5:11), 교만하고 독선적인 지도자(사 5:21), 정치를 거래하고 재판을 멋대로 하는 관료와 군인, 사법관들(사 5:22~23)에 대해 하나님의 노여움을 폭발시켰다. 저자는 이사야 예언을 제국주의 일본에 적용하며 “이제라도 죄를 뉘우치고 정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레미야는 우상숭배와 미신이 성행했고 도덕과 정치 또한 부패가 심했던 시대를 살면서 백성들을 향해 외쳤다. “죄가 재앙을 불러온다. 우상숭배를 버리라. 무고한 피를 흘리지 말라. 가난한 자를 학대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로마제국 길리기아주 다소의 시민이었던 바울은 로마제국 아래서 헤브라이즘이 헬레니즘과 접촉하는 격동의 시대에 태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 세계에 전하는 사도였다고 설명한다. 특히 베드로와 요한과 달리 바울은 대도시의 시민으로서 여행과 이주에 자유로웠기에 당시 ‘전 세계’였던 유럽에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된다고 얘기해준다.

저자는 바울이 신학자 유형의 사람이 아니라 엘리야나 아모스 같은 예언자 유형의 인물이라고 분석한다. 그의 서신서들은 신학을 다룬 것이 아니라 개인적 편지로서, 신앙의 근본 문제와 적에 대한 논박과 설득, 같은 편을 향한 계몽과 위로가 넘친다.

바울의 영향력은 이후 기독교 역사에도 영향을 미쳐 루터가 가톨릭교회의 형식주의와 싸운 것도, 우치무라가 냄새나는 형식적 기독교와 싸운 것도 바울에 의해서였고, 모든 종교개혁은 언제나 바울로 돌아가 기치를 들었다고 설명한다.

정치를 성화(聖化)한 사람으로는 영국의 크롬웰과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보여준다. 호국경으로 불렸던 크롬웰은 영국 정치에 인민의 자유를 확립한 최초의 정치가였다고 평가한다. 그를 이끈 원리는 기독교 신앙이었는데 생애 전체를 기도로 살았고 성서를 ‘먹고’ 생활했다고 표현한다. 평민이었던 링컨 역시 정직한 사람으로서 성경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줄줄 외울 정도였다. 저자는 이들이 주요 정치적 국면에서 어떻게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 마지막 부분에선 저자의 스승 우치무라와의 만남과 그의 인물론을 간결하게 소개하고 무교회주의의 실제와 논쟁점 등을 부록으로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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