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를 출입하던 1990년대 장보고함을 탔다. 해군이 93년 6월 전력화한 장보고함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길이 56m, 너비 6.2m, 높이 5.5m인 한국 최초의 잠수함이었다. 민간인으로서는 이색 체험이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잠수함보다 작았지만 북한 잠수함보다는 성능이 훨씬 우수하다고 했다. 경남 창원 진해구 주변의 근해를 잠항하며 잠망경을 통해 바깥 세상을 관찰하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그때 장보고함 승조원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 깊이 잠수하면 잠수함에서 ‘기기긱’ 하는 소리가 납니다. 잠수함이 엄청난 수압과 싸우면서 나는 소리죠. 잠수함은 바닷속 깊이 잠수할수록 노후화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한 훈련을 할 때만 심해 잠수를 합니다.”

출입기자들을 태운 장보고함이 깊은 바다로 잠항하지는 않았지만 승조원들의 설명을 듣고 나니 심해에 대한 압박감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심해에서 잠수함에 구멍이 뚫렸을 때 밀려드는 물줄기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장보고함 승선 경험은 심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해양 생태계를 다룬 TV 다큐멘터리는 거의 빼먹지 않고 보는 편이다.

해연 탐험은 우주 탐험만큼이나 인류에게 지난한 도전이다. 마리아나 해구에 있는 비티아즈 해연이 세계에서 가장 깊고, 챌린저 해연이 두 번째로 깊다. 승조원 2명을 태운 잠수정 ‘트리에스테’가 1960년 챌린저 해연에 도달했다. 최초의 유인 탐사였다. 영화 ‘타이타닉’과 ‘아바타’ 감독으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은 2012년 3월 1인 잠수정을 타고 챌린저 해연 탐사에 성공했다. 캐머런은 3시간가량 머물며 해연을 촬영하고 해저 표본을 채취했다. 인류는 달 표면을 걸었지만, 그 누구도 해연에 발을 디딘 사람은 없다. 비티아즈와 챌린저 해연의 수압이 수면의 1000배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수압은 10m 깊이마다 1기압씩 높아진다.

최근 챌린저 해연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미국인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가 1인 잠수정을 타고 기존 기록보다 16m 깊은 1만928m의 ‘챌린저 딥’에 도달한 것을 집중 보도했다. 챌린저 해연의 가장 깊은 수심에서 불과 66m 떨어진 곳이었다. 그는 해양생물을 발견하고 암석 샘플을 채취했다. 실망스러운 점은 챌린저 해연에서 플라스틱 소재 가방과 사탕 포장지가 나온 것이다. 플라스틱의 공습은 해연도 피해가지 못했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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