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용 수출 등 각종 거시경제 지표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금융 불안 심리까지 퍼지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나 경제부처 당국자들의 반응에선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나친 위기의식도 문제지만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경제 상황을 보고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의 인식은 이렇게 요약된다. ‘현 경기 악화는 경기순환 사이클상 일시적인 것으로,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래서 정치적 부담이 있는 금융·노동·산업 구조 개혁이나 규제 개선은 도외시한 채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땜칠 처방만 하는 듯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 둔화와 장기 전망’ 보고서는 이러한 정부의 인식이 착각임을 보여준다. 2000년대 연평균 4.4% 수준이었던 성장률은 2010년대 3.0%로 급락했다. 이를 유발한 최대 요인은 생산성 저하라는 게 KDI의 결론이다. 한 경제의 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등 투입요소의 양과 총요소생산성이 기여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한국 경제는 이 총요소생산성 기여분 급락이 가장 크게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기술 개발, 제도 개선, 경영 혁신 등 ‘눈에 안 보이는’ 부문이 이뤄내는 생산성 향상분을 가리킨다. 이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구조 개혁인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총요소생산성 중에서도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 증가세) 둔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KDI의 지적은 노동시장 개혁의 시급성을 증명한다. KDI는 생산성 둔화 추세를 개선하지 않으면 2020년대에는 성장률이 1% 후반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쓴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IMF의 한국미션단장은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노동생산성 증가분 내에서 묶어야 한다”면서 “(한국처럼) 최저임금이 2년간 30%가량 오르면 어떤 경제라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내로라하는 국내 경제학자들이 이미 같은 충고를 기회 있을 때마다 하고 있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조금이라도 책임성 있는 정부라면 내년 최저임금 동결 같은 최소한의 전향적 신호라도 시장에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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