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달 5일 본회의를 끝으로 40일이 넘도록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가 열리기는 했지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극한 대치가 이어졌고 이후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국회 공전이 길어지면서 시급한 입법 과제들이 발목이 잡혀 있다.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득실만 계산하며 본연의 업무를 내팽개친 의원들에게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이콧을 선언하고 장외로 달려나간 한국당도 문제지만 사태를 방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여야는 국회를 정상화할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의 얘기에 귀를 열어야 한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의 제안은 그런 점에서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오 원내대표는 16일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청와대는 1대 1 영수회담 식으로 여야 5당 대표를 순차적으로 만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한국당에는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주문했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청와대와 여당은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올 명분을 주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 국회 공백이 길어질수록 답답한 쪽은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과 여당 아닌가. 한국당이 결국 국회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오기 정치일 뿐이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최저임금제도 및 탄력근로제 개선, 고교무상교육 관련 법 개정 등 한시가 급한 과제들이 쌓여있다. 명분에 매달려 시간을 흘려보낼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를 조건으로 내걸어서는 안 된다.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입법 필요성까지 부인해서는 안 된다. 미흡하거나 우려되는 내용이 있다면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반영시키면 된다. 민주당과 다른 3당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이 최종안이 아니라고 밝힌 만큼 보완할 여지는 충분하다. 국민들은 누가 당리당략에 빠져 고집을 부리는지, 누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 한국당은 때로는 양보가 이기는 길이라는 걸 어서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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