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소셜미디어상 폭력적 극단주의 표현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크라이스트처치 콜’ 선언 채택을 주도했다. AP뉴시스

글로벌 IT 기업들이 온라인의 증오·혐오 발언과 유해 표현물을 원천 차단토록 하는 자율 규제안이 프랑스와 뉴질랜드 주도로 마련됐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 당시 범인이 인명 살상 장면을 실시간 중계하는 등 인터넷이 폭력적 극단주의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정작 혐오 표현과 극단주의 테러로 몸살을 앓는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15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디지털리더 회의에서 ‘크라이스트처치 콜(Christchurch Call·크라이스트처치의 촉구)’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와 일본, 요르단, 세네갈 등 17개국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를 포함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선언문에 서명했다.

IT 기업들은 인터넷 사용자가 테러와 폭력적 극단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다운로드하지 못하도록 차단 조치를 마련키로 했다. 유해 표현물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즉시 영구 삭제함으로써 단 한 사람의 인터넷 이용자도 시청할 수 없도록 하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IT)을 개발하기로 했다. IT 기업들은 테러 예방을 위해 각국 정부와 정보를 공유하는 데 동의했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는 유해 표현물 관련법 집행을 강화하기로 했다.

크라이스트처치 콜이 채택된 배경에는 지난 3월 51명을 숨지게 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 사건이 있다. 당시 범인은 범행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17분 동안 생중계해 파문을 일으켰다. 페이스북은 방송을 즉각 차단했지만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 영상을 다운로드받아 유포하면서 일파만파로 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크라이스트처치 콜 서명을 거부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선언의) 전체적인 정신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미국은 아직까지 선언에 동의할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온라인 테러 콘텐츠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같은 날 인터넷 사용자가 소셜미디어상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신고할 수 있는 청원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소셜미디어의 불투명한 사용자 정책 때문에 많은 미국인이 계정 정지와 영구 차단 등 처분을 받고 있다”며 “당신의 관점과 관계없이 (소셜미디어 업체의) 정치적 편견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려 달라”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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