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생산성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생산성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2020년대에 경제성장률이 1%대 후반에 머물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다. 나랏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확장적 재정 정책은 ‘단기 방책’일 뿐이고, 생산성 하락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대 성장률이라도 지키려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권규호 연구위원은 16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전망’ 보고서를 내고 “2010년대의 생산성 추세가 지속하면 2020년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7%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비관적 전망의 근거는 계속 낮아지는 ‘총요소생산성’에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생산량 증가분에서 노동·자본 투입에 따른 생산증가분을 제외한 것이다. 기술이나 교육, 제도, 자원배분 체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생산량 증가에 미친 영향을 뜻하는 말로 경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총요소생산성은 1990년대 한국 경제성장률(연평균 7.0%)에 2.0% 포인트를 기여했다. 기여도는 2000년대 들어 1.6% 포인트로 떨어졌다. 2011~2018년에는 0.7% 포인트까지 낮아졌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효율성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취업자 1명이 생산하는 실질 부가가치(노동생산성) 증가율도 1990년대 5.2%에서 2011~2018년 1.6%로 뚝 떨어졌다.

권 연구위원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봤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더디게 회복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 지표도 부진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제도와 자원배분 체계의 효율성, 교육 및 인적자본 개선 속도의 둔화다. 권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한국 경제가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생산요소 증가율을 현재의 0.7% 수준에서 1.2% 정도로 끌어올리면 2020년대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2.4%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여전히 법제 및 재산권 보호, 금융·노동·기업활동 규제 등 제도적 요인 개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룰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지금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장기간 지속하는 데 우려를 표시했다. 현재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현상은 경기 순환에 따른 움직임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단기적 경기 부양을 목표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장기간 반복하면 중장기 재정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