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켐프 미 조지아주 주지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심장 박동이 측정된 태아의 낙태를 금지하는 HB481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성폭행 피해자의 낙태마저 막는 초강력 낙태금지법이 통과되면서 논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낙태 경험을 스스로 고백하는 ‘유노미(#youknowme·당신은 나를 알고 있다)’ 운동을 벌이며 낙태금지법 반대에 앞장섰다.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는 15일(현지시간)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낙태금지법안에 서명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법안에 따르면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1급 살인범죄나 1급 성폭행 범죄자처럼 최고 99년형에 처할 수 있다. 미국 역사상 낙태 금지기준과 처벌 수위가 가장 높은 낙태금지법이다.

이 법은 그러나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1973년 연방대법원이 헌법상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에 어긋나는 법이기 때문에 위헌소송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과거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73년 연방대법원이 임신 24주까지는 여성의 의지와 선택으로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 판결이다. 낙태금지법 찬성론자들은 최근 이 점을 노려 잇달아 낙태금지법안을 만들고 있다. 아이비 주지사도 “앨라배마의 낙태금지법은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재심하도록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법 시행이 결정되자 할리우드 스타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일었다. 영화 레지던트이블 시리즈로 유명한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는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여성도 낙태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필요할 때 안전한 낙태를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썼다. 그는 2년 전 임신 4개월 상태로 영화 촬영을 하다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미국 드라마 굿플레이스에 출연한 영국 여배우 자밀라 자밀도 트위터에 “어렸을 때 낙태를 했다”고 고백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낙태 사실을 고백하기 시작한 것은 배우 비지 필립스의 제안 때문이다. 필립스는 트위터에 미국 여성 중 4분의 1이 45세 이전에 낙태한다는 내용의 통계를 언급하며 “당신은 ‘나는 낙태한 여자를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글쎄, 날 알겠지(Well, You know me)”라고 썼다. 그러면서 “만약 당신이 낙태 경험이 있다면 그 사실을 공유하고 수치심을 끝내자”고 썼다.

가수 레이디가가는 “앨라배마주의 낙태 금지는 잔혹한 일”이라며 “이 법안으로 고통받을 모든 여성과 소녀를 위해 기도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캡틴아메리카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에반스도 트위터에 “로 대 웨이드를 걱정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 투표가 중요하다”고 썼다. 최근 조지아주에서 배아 심장박동을 기준으로 임신 중단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됐을 때도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 존 레귀자모 등이 나서 조지아주에서 영화를 촬영하지 말자고 제안했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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