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뒤 미소를 지으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성남=윤성호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자신과 관련된 대부분의 의혹을 떨쳐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각종 의혹이 더 이상 이 지사의 발목을 잡기 어려워졌다. 이대로 무죄가 확정되면 이 지사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 지사도 “큰길로 가겠다”며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재기의 발판을 확실히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는 재판 뒤 홀가분한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왔다. 그는 옅은 미소를 띤 채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지금까지 먼 길을 함께 해주신 동지들, 지지자 여러분, 앞으로도 서로 함께 손잡고 큰길로 계속 함께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을 믿고 (도정을)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이 지사는 지방선거 이후 1년 가까이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친문(친문재인) 골수 지지층의 공세에 시달려 왔다.

이 지사에 대한 징계를 유보했던 더불어민주당도 부담을 덜게 됐다. 이해식 대변인은 선고 직후 논평을 통해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 지사가 이제부터는 버스 대책 마련, 일자리 문제 해소, 청년 기본소득 강화 등 산적한 경기도정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 지사 기소 과정에서 논란이 커지자 이해찬 대표가 직접 나서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마음을 잘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리면서 재판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징계를 유보했다.

각종 논란과 재판 탓에 잠시 주춤했던 이 지사의 정치적 입지는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아직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이 지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도 “1심의 무죄 선고가 확실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재판 과정에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주요 대선 후보로 언급됐다. 진보층을 중심으로는 10% 안팎의 지지율을 꾸준히 기록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를 의식해 끝내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다만 친문 핵심 지지층과 이 지사 사이에 쌓인 ‘감정의 골’은 넘어야 할 과제다. 법적으로는 무죄를 받았지만 일부 친문 핵심 지지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 지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이 지사의 징계 여부를 놓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찬반 집회가 열릴 정도였다. 이 지사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에는 친문 지지층을 자극하는 언급을 삼가는 분위기다.

이 지사는 지방선거 당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각종 의혹에 시달려 왔다. 이날 무죄 판결을 받은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의혹 외에도 여배우와의 스캔들,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운영 의혹 등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배우와의 스캔들은 지난해 11월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로 알려진 트위터 계정을 직접 운영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앞서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해당 트위터는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도 조롱한 글을 올려 정치적 파장이 컸지만, 김씨가 개입됐다는 증거는 검찰 수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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