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 조항석(왼쪽) 하티스트 팀장과 박소영 수석디자이너가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물산 패션부문 본사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해 만든 치마를 소개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혼자 단추를 풀지 못해 외출할 때 입은 옷 그대로 잤단 말을 듣곤 머리가 띵했어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다리만 불편할 거라고 착각한 거죠.”

삼성물산 패션부문 조항석(47) ‘하티스트’ 팀장과 박소영(41) 수석디자이너는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물산 패션부문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무실에 휠체어를 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디자이너는 지난 1년6개월간 휠체어에 앉아 샘플 옷을 입고 벗는 일을 수백 번 했다고 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달 국내 대기업으론 처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한 전문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하티스트를 선보였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이 1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을 위한 브랜드가 전무하다는 사실에 착안,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국내에 참고할 자료가 전무했다. “조 팀장은 막상 뛰어들고 보니 국내엔 이를 만드는 곳이 사실상 없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일부 중소업체가 장애인 관련 의류를 만들고 있지만 집에서 입을 수 있는 티셔츠와 운동복 등이 전부다.

경수와 흉수, 요수 손상 정도에 따라 불편한 점이 다르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척수장애는 다친 신경을 기준으로 그 아래쪽 신체에 장애가 나타나는데, 위쪽 신경을 다칠수록 장애가 생기는 부분도 커진다. 조 팀장은 “1년6개월 동안 유럽과 일본 등 장애인 의류가 발달한 나라에 대한 시장조사와 휠체어를 탄 장애인 15명을 상대로 수백 차례 착용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달 하티스트를 세상에 내놨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상체를 많이 쓰는 점을 고려해 재킷과 셔츠의 뒤쪽 암홀(팔을 빼는 구멍)에 신축성 있는 저지 원단을 사용했다. 동그란 고리가 달린 지퍼, 한 손으로 탈착이 가능한 자석단추, 바지 뒷부분 밑위를 길게 제작한 바지도 모두 척수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박 디자이너는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도 이런 기능을 통해 옷을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다”며 “일반인에게 옷을 입고 벗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들에겐 하나의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하티스트는 이처럼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기능성을 갖춘 스타일의 재킷과 블라우스, 티셔츠, 바지, 스커트 등을 온라인몰 ‘SSF샵’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조 팀장은 “접근성을 고려해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에는 장애인을 위한 코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코트의 경우 길이가 길고 옷감이 두꺼워 입고 휠체어를 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디자이너는 “앞은 길고 뒤는 짧은 코트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최근 착용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하티스트 운영으로 얻은 수익금을 장애인을 위한 사회공헌기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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