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교육학과에 면접을 보러 갔다. 당시 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몰랐지만 두세 군데의 대학에 원서를 넣은 상태였다. 교육학과에 지원한 이유는 어른들이 교사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단순히 성적에 맞춰 선생님이 추천한 학과에 지원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살면서 가장 많이, 가까이에서 본 직업인은 선생님이었으므로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교사가 되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면접대기실에서 나는 앞뒤에 앉은 학생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앞에 앉은 학생은 이곳은 그냥 한번 넣어본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냥 넣어본 것이 아니었다. 상향 지원한 학교였기에 더욱 움츠러들었다. 면접장에 들어가서도 굽은 어깨가 펴지지 않았다. 나는 한 번도 진심으로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면접관이 나란히 앉은 우리에게 물었다. “교사는 전문직, 성직, 노동직 중에서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12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선생님을 전문가, 성직자, 노동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왼쪽에 앉은 학생이 유명한 참고서의 저자라는 자신의 선생님을 예로 들며 교사는 전문직이어야 한다고 답하는 사이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뭐라고 답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까. 그 순간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을 감독하며 자신의 목과 어깨를 주무르던 담임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노, 노…동직인 것 같습니다.” 내가 더듬거리며 답한 다음 내 오른쪽에 앉은 학생은 보기에 없는 답변을 했다. “저는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절대로 기술만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면접관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면접장에서 더듬거렸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나는 그 시험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날 나는 처음으로 그동안 만나온 선생님들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다. 때로는 성직자가, 때로는 노동자가, 때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그들에 대해. 그리고 한 번쯤 교사는 천직이라고 되뇌며 버텨야 하는 그들을.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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