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남측 기업인 193명의 방북을 승인한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유창근(왼쪽) 협회 부회장과 김서진 상무가 TV 뉴스 속보를 보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을 승인하고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남북 대화 재개의 공을 북한으로 넘겼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정부의 ‘러브콜’에는 응답하지 않은 채 대남·대미 압박을 이어갔다.

정부가 개성공단 자산 점검을 위한 남측 기업인 193명의 방북을 승인한 것은 2016년 2월 공단 폐쇄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정부는 이번 방북 승인이 개성공단 재가동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자산 점검이 재가동의 전초 작업임은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기업인 방북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남북 채널을 통해 북측에 의견을 전달했고 북측의 최종 의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만시지탄이지만 크게 환영한다”면서 “3년 이상 방치된 공장과 기계 설비를 점검하고 보존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실질적 점검이 가능한 방문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미국이)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고 평가하면서 개성공단 시설물 피해 복구 작업을 중기부가 지원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정부는 지난해 무산됐던 800만 달러 규모의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 보건 사업을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다시 진행키로 했다. 당국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직접 북한에 쌀을 보내는 방식과 대북 민간단체 활동에 ‘매칭펀드’ 형태로 정부가 참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 정부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한·미 간 이견이 불거지지 않도록 세부 사항에 관한 협의는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가용자원을 모두 활용해 대북 구애에 나선 것은 다음 달 하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전에 남북 및 북·미 대화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함이다.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무력시위를 재개한 상태여서 우리 정부로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외세에 의존해 우리 민족 내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강도에게 대문을 열어주며 집을 봐달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한·미 공조를 비판했다. 조선신보는 전날 미국의 ‘선 핵포기’ 주장 철회를 요구하며 “올해 안으로 3차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경우 핵실험·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관련, ‘하노이의 약속’이 유지될지 어떨지 예단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은 또 미국의 북한 선박 압류와 관련해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야말로 국제법도 안중에 없는 날강도적인 나라”라고 비난했다.

최승욱 문수정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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