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집창촌 자갈마당 업주들이 상납금을 받아갔던 비리 경찰 10명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남 클럽과의 유착 혐의로 경찰 8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대전지법이 지난주 실형을 선고한 현직 경찰은 성매매, 단속정보 유출, 마약사범 비호 등 8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렇게 최근 불거진 경찰 비리 사건의 등장인물은 100% 남성이었다. 남성 경찰 중 비리로 처벌된 이들의 비율은 여성 경찰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다. 따라서 비리를 척결하려면 남성 경찰을 뽑지 말아야 한다.”

취객 대처 문제로 온라인에서 불거진 ‘여경 무용론’은 이런 ‘남경 비리론’만큼이나 황당하다. ‘대림동 여경’(실제론 구로동이었다)이라 알려진 동영상 속 경찰관은 여성이란 이유로 부당한 비판을 당하고 있다. 그것은 비열한 사회적 폭력이고 배경에 깔린 셈법은 몹시 지질하다. 논리의 전제부터 결론까지 죄다 틀렸다. ①경찰관은 취객 대처에 실패하지 않았다. 쓰러진 이를 무릎으로 제압했고 동료 경찰과 함께 수갑을 채웠다. ②시민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황 통제에 필요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조치였다. ③비난의 화살은 난동을 피우고 경찰을 폭행한 취객을 향했어야 했다. 애초에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 건 그들 아닌가. ④여경 무용론의 논리를 따르자면 체력이 떨어진 중년 남성, 무술 고단자나 격투기 선수 출신이 아닌 남성은 다 경찰을 그만둬야 한다.

지난해 9월에도 부산의 차량 전복사고 현장 사진을 놓고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여경은 지켜보고 시민이 구조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실은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이미 시민들이 차 위에 올라가 갇힌 사람을 꺼내주던 상황이었다. 이 사진과 함께 여경 무용론이 등장했던 곳은 경찰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같은 해 7월 취임한 민갑룡 경찰청장이 현재 11%인 여성 경찰 비율을 15%로 늘리겠다고 밝힌 뒤에 벌어진 일이다. 이 정책에 영향을 받게 된 이들 중 일부의 불만이 기저에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여경 무용론을 반박하는 논리로 성범죄 관련 업무 등 ‘여성에 적합한 경찰 직무’를 꼽는 것 역시 방향을 잘못 잡았다. 여성 경찰을 뽑아야 하는 까닭은 여성이 업무에 필요해서가 아니라 여성이든 남성이든 차별 없이 누구나 경찰이 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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