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껏 공을 뿌리고 있다. 시즌 6승을 거둔 류현진은 평균자책점과 삼진·볼넷 비율이 빅리그 전체 1위에 오를 정도로 압도적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AP뉴시스

이제는 볼넷을 주는 게 놀라운 소식이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중계진은 다저스 선발 류현진(32)이 1회말 신시네티 레즈의 3번 타자 에우제니오 수아레즈에게 볼넷을 주자 “드물게도 류현진이 볼넷을 줬다”고 말했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투구의 ‘거장’ 류현진의 위상을 드러내는 한마디였다.

류현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하고 시즌 6승(1패)째를 따냈다. 볼넷은 1회말 수아레즈에게 허용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저스는 8대 3으로 승리했다.

직전 등판까지 24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던 류현진은 1회말 수아레즈에게 볼넷을 내주고 1사 1, 2루 위기를 자초하며 기록 중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전 팀 동료 야시엘 푸이그를 병살로 잡으며 위기를 탈출했다. 류현진은 5회말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5번의 득점권 상황에서 4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마지막 6, 7회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최고 구속은 93마일(150㎞)이었다.

지난 3경기 8회 이상을 책임진 류현진의 이닝 소화능력은 이날도 빛났다. 7회말을 마친 시점에서 류현진의 투구수는 88개밖에 되지 않았다. 4경기 연속 8이닝 이상 투구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8회초 포수 러셀 마틴이 솔로홈런을 치며 다저스가 5-0으로 앞서나가자 류현진을 대타 카일 갈릭으로 교체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뒤 “류현진은 구종 활용도 훌륭하고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잘 던진다”며 “이렇게 경기에 몰입한 선수를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라고 밝혔다. 류현진은 “1회 푸이그의 병살타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면서 “병살타 이후 탄력이 붙어 막판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현재 성적은 준수함을 넘어 경이로운 수준이다. 평균자책점은 1.72에서 1.52까지 떨어져 메이저리그 전체 1위가 됐다. 다승 부문에선 내셔널리그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피안타율(0.190)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빅리그 전체 5위다. 올 시즌 가장 눈에 띄는 기록 중 하나인 삼진(59) 대 볼넷(4) 비율 부문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1위다. 여기에 득점권 피안타율은 0(23타수 무안타)이다. 사실상 홈런 외에는 그에게서 점수를 뽑아내기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류현진의 연속 무실점 기록도 31이닝으로 늘어났다. 다저스 사상 역대 1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구단 및 메이저리그 사상 최장 기록은 오렐 허샤이저(1988년)의 59이닝이다.

이 같은 완벽한 모습에 현지에서도 극찬이 쏟아진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류현진이 다시 한 번 거장다운(masterful)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LA 타임즈는 “류현진이 1회 구위와 구속 저하로 고전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며 “류현진이 위기 상황에서 집중해 전력투구하자 신시내티 타선은 점수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올 시즌 네 번의 원정 선발 등판 만에 처음으로 거둔 승리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류현진은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직구 제어만 된다면 달에 가서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류현진은 “선발투수라면 홈이든 원정이든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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