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소속 FA-18 슈퍼호넷 전투기가 18일(현지시간) 에이브러햄링컨 항공모함에서 발진하고 있다. 항모 전단은 지난 17~18일 아라비아해에서 키어사지 강습상륙함 전단과 제22해병원정대와 함께 합동훈련을 했다. 미국은 최근 이란과 갈등이 불거진 이후 항모전단과 B-52 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중동 지역에 전진 배치했다. AP뉴시스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운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 날 경우 이란 체제가 ‘공식적 종말(the official end of Iran)’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과거 북·미 군사적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은 이란에 각종 압박을 가하면서도 전쟁은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함께 내놓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등 중동 주요 국가들도 악화일로로 치닫는 현 상황을 수습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이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에서 사소한 오해가 일파만파로 번져 전면전으로 치닫는 ‘우발적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하는 초강경 대(對)이란 정책이 미국을 전쟁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이란이 전쟁을 바란다면 이란은 공식적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며 “절대로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고 밝혔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공식적 종말’ 표현을 두고 “2017년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화염과 분노’ 발언과 유사한 수사법을 썼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발언의 파장을 고려한 듯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나는 전쟁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전쟁이 나면 경제가 망가지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죽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생기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적 종말’ 발언은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이 위치한 바그다드 ‘그린존’에 로켓포 공격이 발생한 직후에 나왔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로켓은 미국대사관 건물로부터 1㎞쯤 떨어진 곳에 떨어졌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번 공격 배후 세력은 없었으나 미국은 이란을 사실상 지목한 상태다. 미 해군은 에이브러햄링컨 항공모함 전단과 키어사지 강습상륙함 전단이 지난 17~18일 아라비아해에서 합동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이란에 보란 듯이 대규모 무력시위를 한 셈이다.

뿌리 깊은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도 거친 말을 주고받았다. 아델 알주베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은 “사우디 왕국은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나기를 원치 않는다”며 “하지만 상대 측(이란)이 전쟁을 선택한다면 왕국(사우디)은 국가와 국익 수호를 위해 전력을 다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도 “이란은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전쟁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며 “적들도 목숨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이라크도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라크에는 미군 병력 50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친이란 민병대 세력도 활동 중이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이면 이라크도 후폭풍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아마르 알하킴 이라크 국가지혜운동 당수는 조이 후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대리와 만나 현재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과 이란 간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IRNA통신이 보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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