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프리미엄아울렛.’ 고가의 명품을 파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에서 1980년대 후반 등장했던 프리미엄아울렛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프리미엄’이란 단어를 떼어내고 ‘아울렛’이 됐다. 가격이 워낙 높아 잘 안 팔리는 명품들 대신 중산층 정도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다수의 중저가 브랜드를 망라한 쇼핑몰이 더 승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도시 주변에는 자동차로 서너 시간 달리면 갈 수 있는 ‘아울렛시티’가 반드시 존재한다. 그냥 숲으로 가득했던 시골에 축구장 5~6개를 합쳐놓은 규모의 엄청난 쇼핑몰을 짓고 각종 브랜드숍을 한데 모아놓은 곳 말이다. 대도시보다 엄청나게 싼 토지 가격과 임대료 덕분에 상품을 훨씬 싼 값에 공급할 수 있다. 똑같은 물건을 대도시 백화점보다 엄청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대도시 거주 소비자들은 주말이 되면 이곳으로 몰려든다. 가구부터 속옷, 신발, 보석, 주방용품, 안경, 심지어 애견용품도 판다. 레스토랑 놀이공원 바비큐장이 정비돼 있고, 주변 호텔 등 숙소도 갖춰져 있다. 아예 주말 나들이용 관광 명소로 바뀐 아울렛시티가 즐비하다. 뉴욕에 거주하면서 해변 물놀이와 서핑, 휴식과 쇼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플로리다주 샌데스틴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일은 미국인들에겐 일상인 셈이다.

이런 트렌드가 우리나라에도 속속 상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프리미엄아울렛은 2007년 신세계백화점이 미국의 대형 아울렛 투자 기업인 사이먼프로퍼티그룹과 합작해 경기도 여주에 문을 연 게 처음이다. 이후 수도권 일대에는 10여개의 아울렛이 문을 열었다. 서울과 신도시 거주 소비자들을 주된 고객으로 한다. 12년이 지난 프리미엄아울렛들은 이제 점점 ‘프리미엄’이란 단어를 떼어내고 있다. 초고가 해외 명품 대신 중저가 상품, 심지어 초저가의 SPA 브랜드까지 입점해 있고, ‘동대문 패션’을 만날 수 있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오로지 쇼핑’에서 ‘나들이 쇼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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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한 프리미엄아울렛 매장. 개장한 지 6개월여밖에 안 된 이곳의 주차장은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로 만원이었다. 쇼핑몰 매장들은 층마다 주차장과 직접 연결돼 있었다. 아울렛 중앙광장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자리잡고 있었고, 쇼핑객들이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위치, 그러니까 가장 ‘핫플레이스(hot place)’라고 할 만한 데에 식당과 커피숍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 아울렛에 입점한 브랜드를 살펴봤지만 50만원 이상 고가 상품을 파는 곳은 없었다. 버버리 샤넬 구찌 같은 명품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지하 2층에는 주인이 정한 이름을 내민 매장에 동대문시장 패션을 파는 곳도 많았다. 1층 유니클로 등의 초저가 SPA 브랜드에도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쇼핑객은 거의 대다수가 가족단위였다. 어린이와 부모를 대동한 채 쇼핑하고 식사하고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젊은 부부가 많았다. 반려견을 데려와 함께 쇼핑하는 사람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아울렛 운영 회사에서 보낸 휴대폰 문자메시지에는 ‘올 브랜드 30~80% 세일’이란 글자가 있었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할인율이 높은 매장에 고객이 몰려듭니다. 50% 세일을 하다가 세일기간이 끝나 정상가격으로 돌아가면 그 매장을 찾던 손님들은 할인행사를 시작하는 다른 매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아울렛 운영 회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이제 쇼핑 트렌드는 그저 물건을 사고 돌아가는 ‘오로지 쇼핑’에서 좋은 곳 나들이가서 즐겁게 놀고 먹고 마음에 드는 물건만 골라 사는 ‘나들이 쇼핑’으로 확 바뀐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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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3대 백화점 브랜드의 한 고위 관계자가 “앞으로 우리 쇼핑시설의 최고 경쟁자는 다른 유통기업이 아니라 대도시 주변에 자리잡은 놀이공원과 관광시설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대형 유통시설의 미래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쇼핑몰이 아닌 나들이 쇼핑 아울렛이 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아울렛의 미래는 놀이공원?”

프리미엄아울렛의 변신에는 유통기업들의 위기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1년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면서 우리네 소비자들의 지갑은 좀체 열리지 않는 게 일반적 현상이 됐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주5일 근무와 1주 이틀 휴일을 갖게 됐고, 여가를 매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쇼핑보다는 여가, 휴식이 삶의 ‘더 큰’ 고민이 된 셈이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백화점은 교통 혼잡과 너무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렇다고 대형마트는 그저 식료품과 생필품만 살 수 있을 뿐이다. 대도시 거주 소비자들의 고민거리엔 합리적인 쇼핑도 들어 있다. 그러니 대도시 인근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아울렛은 나들이와 휴식, 쇼핑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매출 구조는 2010년을 전후로 크게 바뀌고 있다. 여전히 전통적인 백화점 매출이 규모에선 크지만 매출 신장률은 이들이 운영하는 프리미엄아울렛이 훨씬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 매출 신장률이 매년 2~3%에 그치는 반면 아울렛의 매출 신장률은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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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매출 규모도 아울렛이 백화점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는 모양새다. 프리미엄아울렛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은 아울렛 매출 규모가 2014년 3000억원에서 2015년 6200억원, 2016년 9000억원, 2017년 1조2000억원, 지난해 1조4000억원이었다. 5년 사이 매출 신장률이 4배 이상이 된 것이다.

백화점업계 전체 매출은 5년째 29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아울렛 시장은 2015년 13조원대에서 2020년 19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성공을 거두자 프리미엄아울렛은 전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주변에 아울렛이 속속 들어서거나 개장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당연히 아울렛 운영 방식도 명품 할인 위주의 정책에서 새롭게 정착하고 있는 중저가 트렌드 정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교적 토지가격이 높은 수도권보다 지방이 입지조건이 좋은 만큼 아예 놀이공원까지 겸한 아울렛도 등장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게 유통업계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한 전문가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쇼핑도 온라인 모바일로 하는 경향이 농후해지면서 오프라인 쇼핑은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형태의 유통업, 즉 할인마트와 백화점 등은 이런 위기에 쉽게 대응하기 힘들지만 아울렛은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땅값이 싸고 교통이 좋은 곳에 입지를 마련할 수 있고, 유통시설만이 아니라 지어질 때부터 관광과 나들이, 놀이와 먹거리가 가능한 복합 위락시설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른 전문가는 “경제성장률이 5% 이상일 때는 고가(高價)화 전략이 잠재적인 중상층 이상 고객을 확보하는 성공적인 방법일 수 있지만 3% 이하의 선진국형 경제에선 지속 가능한 전략이 될 수 없다”면서 “필요할 때만 지갑을 여는 잠재적 소비자들은 상품만이 아니라 즐거움과 휴식을 주는 쇼핑을 찾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어 “물건 하나에는 인색한 소비자라도 충분한 서비스가 동반된 쇼핑에는 돈을 지불하는 시대가 됐다”고도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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