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오는 31일 물적분할을 확정하는 임시 주주총회 직전까지 파업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파업 출정식을 갖는 현대중 노조. 뉴시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현대중공업이 첫번째 관문인 물적분할(법인분할)을 앞두고 노조 및 울산시와 마찰을 빚고 있다. 물적분할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와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어디에 둘지가 갈등의 핵심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1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부분파업을 나흘째 이어갔다. 지난 16일부터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22일엔 8시간 전면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와 현대빌딩 앞에서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회사를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사)과 현대중공업(사업회사)으로 분할하는 안건을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물적분할이 되면 자산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가져가고, 수조원대의 부채는 현대중공업이 감당하게 돼 구조조정 위기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노조가 물적분할 반대를 요구하는 파업을 계속하자 회사는 이날 한영석·가삼현 공동 사장 명의로 담화문을 냈다. 공동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물적분할에 대해 사우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마침표를 찍는 의미에서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 안정을 약속한다”면서 “물적분할 반대의 주요 명분이 사라진 만큼 노조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단협을 변경할 이유도, 계획도 없다. 물적분할 후에도 근로관계부터 근로조건, 복리후생까지 모두 지금과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면서 “물적분할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대립은 지난 14일 회사 측이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지부, 대우조선지회를 대상으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울산지법에 제기하면서 고조됐다. 가처분 신청 내용은 주주들을 출입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 출입문이나 출입 경로를 봉쇄하는 행위, 노조원들이 소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총회에 참여하고 진행을 지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해 달라는 것이다.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위치도 쟁점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20일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설립할 것을 건의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송 시장은 조선업에서 시작된 위기가 지역 전체 산업으로 확산되는 상황인 만큼 울산의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상공회의소와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이 투자 및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울·수도권을 벗어나긴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 사회의 우려를 감안해 울산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동 사장은 이날 담회문에서 “인력 유출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초 울산에서 서울로 갈 예정이었던 50여명은 그대로 울산에서 근무할 것”이라며 “기존에 서울, 수도권에 근무하고 있는 인원 등을 재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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