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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고백] “많이 사랑해주지 못했어…”

픽사베이

마음속에 있는 것을 거짓 없이 털어놓는 것을 고백(告白)이라고 말한다. 고백에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진심을 담은 사랑의 고백, 믿음으로 하나님의 존재와 권위를 인정하는 신앙의 고백, 자신이 범한 죄들을 인정하는 죄의 고백 등이 있다.

진심이 담긴 고백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부부 역시 진심 어린 고백을 통해 오해를 풀 수 있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연애 시절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던 배우자의 마음은 왜 결혼 후 세월이 지나면서 무뎌지는 것일까. 모든 사람의 뇌에는 사랑할 수 있는 감정을 만드는 애정 화학물질이 생성되는데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2년 사이에 점점 소멸한다고 한다. 또 소멸하는 그 시점부터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보이게 되고 단점을 수용하지 못하는 행동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아 이해와 수용보다는 거부와 분석으로 상대방에 대한 사랑은 점점 멀어져간다고 한다.

삶을 되돌리는 ‘고백’

행복엔 절대 타이밍이 있다. 조금만 더 빨랐다거나 더 늦었어도 그토록 행복하지 못했을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딱 한 번만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2017년 방영한 결혼을 후회하는 부부의 전쟁 같은 리얼 인생 체인지 드라마 ‘고백 부부’가 있다. 고백은 영어 ‘되돌아가다(go back)’와 동음이의어이다.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 서로에게 상처를 준 부부가 시간여행으로 과거로 돌아간다. 이별로 질주하는 이들을 회복시킨 것은 다름 아닌 고백이었다. 진심 어린 고백은 부부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극 중 남편 최반도(손호준)는 아내 마진주(장나라)에게 고백했다.

“너랑 장모님한테 너무 미안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너를 울게 하고 싶지 않았어. 웃게 해주고 싶었어. 그냥 웃게.”

아내는 그제야 “이런 얘길 참 빨리도 한다”며 마음을 푼다. 장모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아내를 공감해주지 못하고 엉뚱한 행동을 해 깊은 상처를 준 일에 대한 사과였다.

부부의 진심 어린 고백은 어려운 인생 앞에서도 모든 걸 가능하게 해주는 출구가 된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안쓰럽게 생각하는 마음을 고백하면 그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낸다. 만약 갈등하는 부부라면 그동안 서로의 진심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마음, 나의 죄, 나의 어두운 죄 등을 진심으로 하나님께 고백할 때 하나님의 마음에 닿을 수 있고 용서받을 수 있다. 믿음은 고백이다. 깨달은 말씀을 입으로 시인하고 나의 상황으로 고백할 때 구원을 체험할 수 있다.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롬 10:10)

미국의 작가이자 목사인 프레드릭 뷰크너는 하나님께 죄를 고백한다는 것은 그분이 아직 모르는 사실을 고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내가 그 죄를 고백할 때까지 나와 하나님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을 뿐이란 것이다. 그러나 죄를 고백하고 나면, 그 심연엔 아름다운 다리가 놓인다고 말한다. “하나님께 나의 죄를 고백한다는 것은 그분이 아직 모르시는 사실을 고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 죄를 고백할 때까지 나와 하나님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 그러나 죄를 고백하고 나면, 그 심연은 금문교(golden gate bridge)가 된다.”

‘교회오빠’의 마지막 고백

부부는 서로 기댈 수 있는 나무와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돼주어야 한다. 영화 ‘교회 오빠’ 스틸 사진.

최근 개봉한 영화 ‘교회오빠’는 죽음 앞에서 말기 암과 싸우며 신앙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몸부림치는 ‘교회오빠’ 이관희 집사의 신앙투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딸이 태어나자마자 접한 자신의 대장암 4기 판정,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아내의 혈액암 4기 판정 소식까지. 이 집사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마주한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고백을 한다. “주님은 눈부신 삶을 사는 사람을 증거로 삼기도 하지만 나처럼 고통 속에서 주님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도 증거로 삼는 것 같다”란 믿음을 고백한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의 촬영을 허락했다.

그는 가혹한 시련 속에서도 믿음을 굳게 지켜냈던 구약성서 욥기의 ‘욥’을 생각했을 것 같다.

영화 속의 대사이다. “욥은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나아갔던 거로 생각하거든요. 저도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 가운데서도 감사할 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나의 이 고난 때문에 하나님에게서 멀어지는 자가 아니라 고난을 통해서 더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의 삶을 산다면 그런 삶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까지 사명을 다한 그는 힘든 투병 중에도 “욥기의 진수는 결과에 있지 않고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욥’으로 불린 그는 투병 중 묵상을 통해 이렇게 고백했다.

“건강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왜 병이 이렇게 깊어질 때까지 몰랐지?’ 하고 원망하고 좌절하기보다 암 말기 전에라도 이렇게 알게 돼 치료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게 더 좋다.”

“내가 아프고, 내게 허락된 삶의 기한이 언제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경험을 했기에, 오늘 내게 주어진 이 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가정한다면, 내게 주어진 이 하루를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다.”

그가 아내(오은주 집사)에게 남긴 마지막 고백이 마음을 울린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으면 결혼식 때로 돌리고 싶어. 은주 더 사랑해주고 싶어서…오빠가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 오빠 마음은 그게 아닌데 은주한테…. 마음껏 사랑해주지 못해서…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은주야.”

미안하다는 고백을 남기고 이관희 집사는 2018년 9월 16일 마흔 번째 생일 새벽에 숨을 멈추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타이밍과 하나님의 타이밍이 다를 수 있다. 내가 가진 인생 시간표와 하나님의 시간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히 하나님의 뜻대로 순종했는데 왜 나를 망하게 하실까.’ 또 ‘하나님은 왜 구하는 것을 한 번에 주시지 않으시냐’고 원망하게 된다. 우리는 하나님의 타이밍이 항상 우리의 타이밍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타이밍에 만족해야 할 이유는 하나님은 시간의 창조주이시고, 실수하지 않으시며,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기 때문이다. 그토록 원했던 일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타이밍이 우리의 타이밍보다 완벽하다고 믿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는 서로 기댈 수 있는 느티나무가 돼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돼야 한다. 인간의 공통적인 욕구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도움받길 원한다는 것이다. 특히 배우자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는 확신이 있으면 자신감과 의욕이 솟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다. 행복한 부부관계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 서로가 인식하고 있을 필요와 욕구를 알아서 채워주는 것, 서로의 잘못과 허물을 덮어주고 용서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좋은 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런 것들은 마음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의 사랑도 그중 하나이다. 상대의 고른 숨소리 또는 뛰는 맥박 소리, 눈빛의 이야기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느껴보지 못했던 상대의 마음이 읽힐 것이다.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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