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박스 열리지 않는 날까지 사역 계속”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 10년 만에 베이비 박스 새 단장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가 22일 새 베이비 박스를 설치하고 마무리 작업인 스티커를 직접 부착하고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제공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있는 영아 임시 보호함 ‘베이비 박스(Baby box)’가 새롭게 단장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는 22일 “베이비 박스를 설치하고 운영 10년 만에 더 크고 안락하게 제작해 교체했다”고 밝혔다. 새 베이비 박스는 아기가 놓여지면 3분간 문이 열리지 않는다. 해외에서 아기를 몰래 훔쳐가는 사례를 참고해 기존 것에서 안전과 보호, 알람 기능, 디자인적인 측면을 보완했다.

새 베이비 박스를 제작·후원한 한유사랑 이타서울 대표는 “예수님이 태어나신 낮은 공간 말구유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며 “아기의 생명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아기들이 존귀한 자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2009년 12월 베이비 박스를 처음 설치했다. 입양시설로도 보내지지 않고 버려지는 아기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벽을 뚫어 공간을 만들고 문을 설치한 뒤 버려지는 아기가 박스 안에 놓여지면 벨소리를 듣고 아기를 데려올 수 있게 설계됐다.

지금까지 베이비 박스를 통해 구조한 아기는 1578명에 달한다. 대부분 미혼모가 낳았거나 장애가 있는 아기들이다. 아기를 다시 찾아가는 부모는 20~30%에 불과하다. 나머지 아기들은 경찰과 구청, 서울시를 거쳐 보육시설로 보내진다. 교회는 아기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아기를 다시 키우기로 한 80여 가정에 3년간 베이비케어 키트박스(기저귀 생필품 쌀 등)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거주지가 없는 출산예정인 미혼모에게 자립할 수 있도록 선교관(생활관)을 제공하고 무료출산도 돕는다. 보다 체계적으로 장애아동과 미혼부모를 지원하기 위해 법인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베이비 박스의 운영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베이비 박스가 아이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에선 긴급 구호로도 본다. 현실적으로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베이비 박스가 길에 버려지는 아이들을 살리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8월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아이를 입양기관에 등록하기 어려워지면서, 늘어난 영유아 유기의 대응책으로 베이비 박스의 필요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호주와 벨기에 체코 헝가리 일본 등도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목사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교회가 대신하는 셈”이라며 “베이비 박스의 문이 열리지 않는 날까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아기와 미혼모를 살리는 사역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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