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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 ‘떡’보다 말씀

5월 대심방기간 맞아 새 길 찾기

픽사베이

“심방을 가면 간단한 차와 물만 주셔도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만 준비해 주세요.”

5월 대심방 기간이면 온종일 심방을 해야 하는 목회자들의 공통된 호소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A교회 김순종(가명·37) 부목사는 대심방을 할 때면 소화제를 항상 챙겨 다닌다. 성도들 집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다 보면 과식을 피할 길이 없다. 음식 남기는 것이 부담스러운 담임목사는 은근슬쩍 김 목사에게 음식을 넘기기도 한다. 정 많은 권사님은 “밥 한 그릇 더 먹으라”며 그릇에 밥을 수북이 얹어준다. 간신히 다 먹었더니 이번엔 과일과 떡 등 후식이 푸짐하게 나온다.

김 목사는 “심방을 앞두고 성도들에게 간소하게 준비해 달라고 말하지만 오랜만에 심방을 받다 보니 늘 음식을 정성스럽고 푸짐하게 준비한다. 심방을 하루에 몇 번 하고 나면 속쓰림과 소화불량으로 병원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배상묵 주가람내과 원장은 “목회자의 영적·육체적 건강은 교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목회자들에게 음식 관리는 특히 중요하다. 심방에서 과식을 피하려면 식탁교제를 하며 성도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방(尋訪)은 ‘찾아보아 돌보며 권고한다’는 뜻이다. 성도들의 영적인 생활과 건강한 믿음생활을 위해 목회자가 방문하여 돌보는 행위를 말한다. 예수님도 소경 바디메오와 죽은 나사로, 마리아와 마르다의 집을 방문해 위로하고 치유하셨다. 교제 가운데 말씀으로 잘못된 것들을 깨우치고 가르치고 하나님 나라를 전파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1664년 작품 ‘마르다와 마리아 집에서의 그리스도’.

예수님과 제자들의 교제에는 음식이 있었다. 함께 떡을 떼고 음식을 나누며 교제했다. 초대교회 성도들도 모일 때마다 함께 먹고 마셨다. 식탁교제는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삶을 나누며 영적인 교제를 가진다.

이렇듯 심방은 교회의 공동체를 세우고 성도를 돌보기 위한 중요한 사역으로 한국교회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70~80년대 심방은 ‘목회자의 방문을 통해 가정의 어려움과 기도에 응답을 받는 날’로 여겨 심방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의미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심방은 목회의 중요한 사역으로 꼽힌다.

김진철 목사(가운데)와 성도들이 23일 경기도 일산 더드림교회에서 커피를 마시며 교제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심방문화도 바뀌고 있다. 직접 만나서 대면하기보다 SNS, 이메일 등으로 성도들을 심방하기도 한다. 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삶의 영역을 공개하는 가정 심방을 꺼리는 성도들도 늘고 있다. 더욱이 목회자 방문에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성도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박혜영(가명·45) 집사는 “집안 대청소와 음식 대접하는 일에 신경 쓰여 심방이 부담스럽다”며 “목사님을 통해 가정에 주실 말씀과 은혜를 사모하기보다는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목사님을 모셔놓고 거창하게 차리자니 부담스럽고 간소하게 하자니 너무 성의 없어 보여 늘 고민된다”고 했다.

목회자의 건강도 챙기고, 성도들은 부담 없이 심방을 받을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형식적이고 체면지향적인 심방을 멀리하고 예배와 삶의 대화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철(일산 더드림교회) 목사는 “성도들은 교역자들의 방문에 음식을 잘 대접해야 예의를 갖추는 것으로 생각한다. 성도들의 그런 마음은 너무 귀하고 감사하다. 그러나 심방에서 중요한 것은 믿음 안에서의 교제다. 먹는 것에 가치를 둬선 안 된다”면서 “목회자나 성도들에게 음식에 부담을 주지 않고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숲화평교회 심방 대원들이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가정집을 방문해 식사 전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 더불어숲화평교회제공

최근엔 심방의 본질을 살리고 음식 대접을 간소화하기 위한 교회들이 늘고 있다. 대심방 때 ‘1식 3찬의 원칙’을 세운다. 광주광역시 J교회 박정현(가명·59) 목사는 “심방 중심의 전통교회에서 이 원칙을 잘 지키도록 인도하는 훈련이 필요했다”면서 “1식 3찬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용인해 주면 다음 방문하는 집에서는 4~5개의 반찬이 올라온다. 원칙을 세워나가기 위해 추가 반찬이 더 올라오면 벌금도 내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성도들이 서운해 했지만 식사가 목적이 아닌 식탁교제의 본질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1식 3찬의 원칙이 잘 지켜진 이후에는 식사 준비 부담이 줄어들어 성도들이 더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예원교회(정기현 목사)는 가능하면 집에서 심방을 받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장소를 정하도록 했다. 심방의 목적이 만남이기 때문이다. 대접을 위한 다과는 준비하지 않고 음료 한 잔만 준비한다. 심방대원의 식사비는 교회에서 지출한다.

이밖에도 차(오전)와 식사(점심) 다과(오후) 중 성도들이 섬기고 싶은 메뉴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교회도 있다. 일부 교회는 식사시간을 피해 심방을 잡기도 한다.

정기현 목사는 “전 교인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대심방’이라는 것을 꼭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어른 세대 성도들은 심방 받기를 원하지만 젊은 세대는 부담스러워하고, 가능하면 받지 않기를 원하는 마음을 내비치는 것을 보면서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목회자가 성도들의 삶과 신앙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부족해지고 있다. 식탁교제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심방의 목적을 성도들에게 이해시킨 뒤에는 심방이 서로에게 기다림이 된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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