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 정부의 북한 화물선 압류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미국이 북한 화물선을 압류하자 북한이 이례적으로 외교전을 펼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제재를 차단하면서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미 정부가 압류한 자국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즉각 반환을 요구했다. 김 대사는 미국 조치를 ‘일방적 제재’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모든 것은 미국에 달려 있고, 우리는 미국 반응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물선 압류에 관한 북한의 반발은 벌써 세 번째다. 북한은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조치를 비판한 데 이어 17일에는 김 대사 명의로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항의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 제재에 날선 반응을 보여왔지만, 이번처럼 전방위 외교전을 펼친 것은 이례적이다. 화물선 몰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수출이 봉쇄된 상태에서 유일한 외화벌이 수단인 밀수까지 차단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석탄을 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루트인 밀수에 대한 감시가 이번 조치로 더 강화될 수 있다”며 “미국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고 설명했다.

압류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미국령 사모아 파고파고항에 예인돼 있는 모습. 지난 19일 촬영된 위성사진이다. AP뉴시스

미국의 추가 제재 움직임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한의 강한 반발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국이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추가 제재를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몰수한 선박에 관해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하면 관련 기업과 송금 관여 금융기관, 북한 해외공관까지 모두 엮일 수 있다”며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동결 조치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김 대사 기자회견과 관련해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북한과 외교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화물선 압류 결정을 내린 미 법무부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정부의 무시 전략은 북한에 맞대응할 경우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신문은 미 정부가 북한이 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응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일본 등 관계국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달 중순 뉴욕에서 일본과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참석한 비공식 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 측은 북한이 이미 발사한 미사일이 안보리 결의 위반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다음은 간과하지 않겠다. 안보리에서 상응 조치를 하겠으며 이런 메시지를 북한에 전하겠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승욱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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