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목사의 전도군사학교] 어린이들 차량 등교 시켜주고 예절교육… 입소문 나며 전도 문 열려

<6> 누구부터 전도할 것인가

당진동일교회가 개척 2년만인 1998년 7월 개최한 여름성경학교. 어린이 전도에 힘쓴 결과 교회는 어린이들로 북적였다. 당진동일교회 제공

개척교회의 시설과 여건은 형편없이 초라했다. 특히 주거지역과 한참 동떨어진 비닐하우스 교회는 논둑 길을 따라 한참 들어와야 볼 수 있었다. 산속에 신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전도사가 교회를 개척했으니 누가 오겠는가. 길도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농로였다. 이런 곳에 무엇으로 성도를 끌어올 수 있단 말인가. 앞이 깜깜했다.

‘이런 곳에서 신앙생활 하자고 하면 누가 오겠나. 아파트 앞 교회가 즐비하고 몇 발짝만 가도 최신식 교회가 많은데 굳이 뭐하러 이런 산속까지 들어오겠는가.’

그런 생각이 치밀어 오르면 초라한 내 모습에 주저앉곤 했다. 어느 날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데 찬란한 햇빛이 비쳤다. 세상에 어찌 그리 아름답게 비치던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벼가 심긴 골짝 다랑논 위로 부서지는 햇살은 도심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그래, 하나님께서 나를 여기에 보내신 것은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해. 안 되는 길을 가라고 하실 리가 없다.’

다윗의 가장 강한 무기는 평소 양치기하며 사용했던 물맷돌이었다. 모세의 능력은 새로운 어떤 무기가 아니라 양치던 그 막대기였다. 어떤 상황이건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초라하고 하찮은 것이라도 하나님은 그것으로 부족하지 않게 하셨다.

‘그렇다. 내게 있는 어떤 방법으로든 다가서자.’ 그래서 일단 어린이 전도에 힘쓰기로 했다. 어른을 이곳까지 ‘모셔오는’ 전도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른에게 전도하되 일단 어린이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재미있고 즐거운 곳에 모인다. 그래서 두 가지 전략을 써봤다. 아이를 맡아 돌봐준다고 소문을 내고 등교를 맡아 섬기기로 했다. 놀랍게도 교회 차량이 아이들로 가득했다. 지금은 학원에서 하교를 시켜주지만, 당시는 생소해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시장에 가거나 한 아이가 아프면 다른 아이들을 돌볼 대안이 없는 엄마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럴 때 아이를 돌봐준다고 소문을 냈다.

엄마들이 시장길에 아이를 맡기다가 점점 가족처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곧잘 친구를 교회에 데려오기 시작했다. 감사한 것은 그렇게 모여든 아이들이 첫해 100명에 육박했다. 1996년 개척했는데 97년 여름 예배당에는 아이들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많아지니 산골짜기가 시끌시끌해졌다. 아이들 목소리는 왠지 신이 나고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이들을 우리 교회로 보내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그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자라면서 누구든 걱정스러운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핵심은 공부와 친구관계, 즉 인성 문제였다. 단순히 교회로 보내 달라고 하면 아이가 공부해야 한다거나 피곤해한다는 핑계를 댔다.

그때 떠오른 것이 ‘필요성’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소경에게 보기를 원하느냐, 앉은뱅이에게 걷기를 원하느냐고 물으시면서 치유해 주셨다. 사람들은 철저히 필요 때문에 움직인다. 자신이 필요한 것에 돈도 쓰고 시간도 쓴다. 그래서 교회에 아이들을 보내 달라고 할 이유를 찾아봤다.

대부분의 부모가 학교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예능과 체육까지 학원에 의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교회가 아이에게 더 필요한 것을 채워주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도출해낸 것이 ‘세상이 흔들 수 없는 사람’이란 교회교육 주제였다. 당시도 아이들이 게임에 흔들리고 별의별 것에 흔들려 갈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었다. 성인이 돼선 돈에 흔들리고 유혹에 넘어지고 미혹돼 수고하며 올라간 자리에서 비참하게 무너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요셉처럼 다니엘처럼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바른 사람을 세우는 기관’이라고 부모를 설득했다.

서서히 소문이 났다. 일단 교회에 오면 아이들에게 예절교육부터 했다. 좋은 말 사용하기를 숙제로 내줬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아이가 예쁜 언어를 사용하고 예절 바른 행동을 하자 엄마들의 입소문이 순식간에 아파트단지에 퍼졌다.

주말이면 아파트단지에서 떡볶이 팥빙수 등을 제공하며 아이들을 모았다. 교회에 나온 아이들에겐 친구를 데려오게 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몰려오자 부모들도 덩달아 교회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서히 전도의 문이 열렸다.

3년쯤 지나 돌아보니 한 아파트 600여 세대 중 34%의 가정이 우리 교회에 나오고 있었다. 생각할수록 가슴 설레는 은혜였다. 다윗의 물맷돌처럼, 모세의 지팡이처럼 하나님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렇게 구원의 문을 열어가신 것이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모이면 즐겁고 신나는 가족이 됐다. 입소문은 강력한 전도효과를 만들어냈다. 아파트단지에 내가 나타나면 아이들은 멀리서 두 손을 벌리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친하니까, 반가우니까, 좋으니까. 아이가 펄펄 뛰는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 아빠의 얼굴엔 웃음이 피어났다.

우리 아이에게 잘해주는 교회 전도사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회가 있다는 소문은 정말 큰 힘이 됐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말하고 행동하며 친하게 대하고 격의 없이 지냈다. 예배도 아이들하고 같이 드리고 찬양도 아이들하고 함께 부르며 공도 차고 줄넘기도 같이했다. 아이들을 통해 전도가 되니 교회가 자꾸 젊어졌다. 2018년 12월 통계를 보니 우리 교회 성도들의 평균 연령은 29세였다.

이수훈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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