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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진창수] 미·일 대북협력을 활용하자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무역 개방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를 막아내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팽팽한 신경전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의 방일에서 미·일 무역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미·일 무역교섭 실무회담이 진전되는 과정이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한 아베 정권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일 무역교섭을 서둘러 결말짓기보다는 지연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일본식 접대(오모데 나시)로 끝나거나 양국 정상의 신뢰가 깊다는 것을 강조하는 ‘보여주기식’ 회담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북한문제에 대한 논의의 방향은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 미·일 정상회담의 의제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북한문제에 대해서만 강조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분명하다. 우선 트럼프의 방일 일정 속에 납치가족 피해자들과 만나는 이벤트를 만들면서 납치문제의 국제쟁점화를 명확히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건 없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자신의 방침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베는 북한이 지난 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둘러싼 대응 방침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아베는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 위반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두 나라 간 온도차가 있어서다. 아베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의 국제쟁점화와 일본 역할 강화가 최대 관심사다. 트럼프도 북한문제에서 일본 역할을 인정하면 중국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 아베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아베가 김정은과 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주장하게 된 배경에는 트럼프의 묵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정권은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가운데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라는 초조감이 있다. 아베는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고립감과 소외감 해소를 위해서라도 김정은과의 회담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비핵화 과정에서 납치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따라서 아베는 트럼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북한문제에 접근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올 2월 하노이 회담 전 아베는 트럼프에게 납치문제를 제기하도록 요청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두 차례 납치문제를 제기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후 아베는 ‘다음은 내가 김정은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 것에서도 그 배후에 트럼프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약화되는 틈새를 이용해 일본이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전략적인 발상이 강하다. 즉 일본은 북한 문제 해결의 기존 국제적인 프레임(한·미·북 3+중국 1)을 변화시켜 일본이 포함된 비핵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2002년 고이즈미 방북으로 북한이 납치문제를 인정하면서 일본 역할이 강화된 것을 다시 재현하려고 한다. 일본은 미국과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북한이 일본에 접근할 거라고 가정하고 있다. 2002년에도 북한은 미·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카드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북한이 국제 제재의 구멍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일본 카드를 활용하려 할 것이며,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는 리더는 아베뿐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북한 입장에서도 납치문제만 해결되면 일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한국은 미·일의 북한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를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 일본의 납치문제 해결을 한국이 측면 지원함으로써 한국의 대북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 한·미·일 간 북한 정보나 상황에 대한 협력을 통해 한·일이 역할분담을 할 수 있게 조정 메커니즘을 형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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