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4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 훈련을 대체하는 한국 단독훈련인 을지태극연습이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을지태극연습은 정부의 국가위기 대응 훈련인 을지연습과 한국군의 전시대비 지휘소 훈련인 태극연습을 통합한 민·관·군 훈련이다. 첫 훈련에 4000개 부처와 기관, 48만여명이 참여한다.

자유를 수호한다는 의미의 UFG는 역사와 관록을 자랑하는 한·미 연합훈련이었다. 1954년 유엔군사령부의 포커스렌즈(FL)가 UFG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68년 1월 북한 무장공비들의 청와대 습격 기도 사건이 터지자 한국 정부는 을지연습을 도입했다. 을지는 수나라 대군을 살수에서 몰살시킨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한·미 양국은 각각 실시하던 을지연습과 FL을 76년부터 ‘을지포커스렌즈’로 통합했고, 2008년부터 을지프리덤가디언으로 이름을 고쳤다. UFG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한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해 실시되지 않았다. 이미 그때부터 실효성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연습(KR)과 독수리훈련(FE)에 이어 하반기 훈련인 UFG까지 명맥이 끊어진 점이다. 세 훈련은 북한의 도발 야욕을 사전에 차단하고, 침략을 초전에 격멸할 수 있는 한·미 연합훈련의 핵심축이었다. 한·미 군 당국은 해병대 연합훈련을 축소했고,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도 중단했다. 양국 군이 손발을 맞추면서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훈련들이 시나브로 사라진 것이다. 실전을 방불케 한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 군사동맹이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UFG를 을지태극연습으로 대체하면서 “안보환경의 변화와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 방침에 따라 대안 모델로 을지태극연습을 개발해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민·관·군이 함께하는 을지태극연습을 통해 국가위기 대응 역량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각종 위기관리 계획과 매뉴얼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한국 정부와 군이 과연 독자적인 방위태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북핵 폐기와 관련해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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