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속 특정 유전자를 측정해 대장암과 암 전단계인 용종을 진단하는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대변 속 숨은 피를 검출하는 기존 잠혈검사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다. 게티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분변잠혈검사서 양성 판정 이후 대장암 실제 발견된 경우 2~10%
채취 대변은 온도 따라 변질 우려… 치질로 인한 출혈 등도 검사 영향
최근 대변 속 유전자 검사 상용화 암의 조기 발견에 유용함 보여줘

부산에 사는 안모(74·여)씨는 최근 변비가 심해지고 소화불량이 잦아 동네병원을 찾았다. 곧바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유 받았으나 장 세척제 먹기가 부담스러워 선뜻 내키지 않았다. 의사는 “이전보다 더 정확하고 쉽게 대장암 여부를 알 수 있는 대변 DNA검사를 먼저 받아보라”고 했다. 반신반의하며 해당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나왔고 확진을 위해 대학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니 실제 납작한 모양의 용종(혹)이 발견돼 제거수술을 받았다. 암이 되기 전에 발견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대장암 유병자는 23만6431명이다. 육류나 인스턴트 위주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자 수가 지속 증가 추세다. 대장암은 용종을 거쳐 약 10년 동안 암으로 진행하므로 조기 검진을 통해 암 전(前)단계인 용종을 잘 찾아내고 없애면 예방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장암 선별검사(1차)로 분변잠혈검사(대변 속 피 체크), 확진검사(2차)로 대장내시경 검진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대장암 조기 발견율은 37.7%로 낮은 수준이다.

대장암 수검률이 낮은 이유

국내 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하는 대장암은 일찍 발견만 하면 5년 생존율이 95.4%에 달할 정도로 치료 경과가 좋다. 하지만 대장암 사망은 2017년부터 위암을 앞질렀고 암 사망 순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장암 조기 발견율이 낮아 약 60%의 환자가 말기에 진단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 말기에 진단되면 생존율은 10%대로 확 떨어진다.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 현재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 국가대장암 검진이 시행되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수검률은 28.2%에 불과하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조영석 교수는 27일 “현재 선별검사로 이뤄지는 분변잠혈검사는 대장암을 가려내는 민감도가 낮은 편이라 위음성(암이 있는데 없다고 나옴) 비율이 높아 검사 참여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높은 위양성(암이 없는데 있다고 나옴) 비율은 불필요한 대장내시경 검사의 증가를 초래한다. 이는 대장암 확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지난해 말 국가암검진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장암 검진 시 분변잠혈검사 대신 대장내시경을 1차검사로 하는 시범사업을 오는 7월부터 2~3개 시·군 거주자 만 50~74세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검사의 한계

기존 대장암 진단법으로는 분변잠혈검사와 대장내시경 검진이 있다. 분변잠혈검사는 대변 속에 숨어있는 ‘잠혈’,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소량의 피를 검출해 내는 방법이다. 비교적 간단하고 비침습적이어서 합병증이 없다. 비용도 저렴하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이 검사의 정확도다. 이 방법은 조기 대장암을 찾아내는 진단 민감도가 50%에 불과하다. 1㎝ 이상의 진행성 용종에 대한 민감도는 20%로 훨씬 더 낮다. 1회 검사의 낮은 민감도와 양성 예측도, 그리고 높은 위양성률로 인한 불필요한 추가 검사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을 때 실제 대장암이 발견된 경우는 2~10% 정도다.

또 채취한 대변 샘플이 온도에 따라 변질될 가능성도 많아 바로 병원에 제출하지 못할 경우 냉장보관해야 하는 곤란함도 있다. 치질로 인한 출혈, 생리혈 등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적어도 7일 전에는 위장 출혈을 유발하는 아스피린이나 소염제, 과도한 음주를 피해야 하는 점도 번거롭다.

대장내시경검사는 대장암 확진을 위한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내시경검사 전 장세척 등의 불편함이나 수면 마취에 대한 걱정, 내시경 검사가 어려운 고령자 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국내 수검자 중 대장내시경검사 비율이 30%에 못 미치는 이유다.

대장암 바이오마커를 찾아라

낮은 대장암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정확하고 편리한 검사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여러 국가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바로 대변에서 대장암 진단용 바이오마커(표지자)를 발굴하고 측정하는 기술이다. 이를 상용화한 대표적 제품이 미국의 ‘콜로가드’다. 2014년 보급된 이 검사법은 대변 속 DNA를 활용해 대장암과 고위험군인 전암 단계를 찾아낸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에서 권고하는 대장암검진 가이드라인에 2016년부터 포함돼 매년 혹은 3년에 한 번씩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190만명 이상이 이 검사를 받았고 약 9000명이 조기 대장암, 6만명은 전암 단계를 진단받아 보다 빨리 치료받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도입돼 있지 않다.

국내에서도 최근 대변 속 유전자를 이용해 높은 정확도로 대장암을 찾아내는 새로운 검사법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올 4월 선보인 ‘얼리텍 대장암검사(지노믹트리)’다.

대변에서 병기(病期)에 상관없이 대장암에만 특이적으로 95% 이상 발견되는 유전자인 ‘신데칸-2’를 측정해 암을 조기에 판별해 내는 것이다. 검사에 쓰이는 대변은 소량(1~2g)이라 준비 절차가 간편하고 특수 용액을 사용해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대변 DNA 대장암검사는 임상시험을 통해 대장암 진단 민감도와 특이도가 90% 넘게 나와 유효성이 입증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센터와 체크업센터(검진센터)에서 30~80세 남녀 585명에게 적용한 결과 암의 단계나 위치, 연구대상의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대장암이 있을 때 있다고 진단하는 민감도가 90.2%, 암이 없을 때 없다고 판별하는 특이도도 90.2%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분변잠혈검사로는 거의 잡아내지 못했던 0~2기 대장암 진단 민감도가 89.1%에 달해 암의 조기 발견에 유용함을 보여준다.

이 검사 키트는 세브란스체크업센터와 전국 100여곳의 병의원에 보급돼 검사 가능하다. 비용은 병원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18만~20만원 수준이다. 대장암 보조 진단 검사이므로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 검사 주기는 3년에 한 번이다.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남규 교수는 “기존 분변잠혈검사의 낮은 민감도와 불편함 문제는 대장암 조기 진단율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제한점으로 작용했는데, 새로 나온 대변 DNA 검사법은 검사 신뢰도가 높아 확진을 위한 대장내시경 순응도와 조기 검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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