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오후 도쿄 료고쿠 국기관에서 열린 스모 결승전 이후 우승자에게 수여할 ‘트럼프 배’를 들고 있다. 미국에서 제작한 트럼프 배의 무게는 30㎏이다. 오른쪽 뒤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보인다. AP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박4일간 일본에 머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매력 공세(charm campaign)’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삼시 세 끼를 함께하며 골프를 치고 스모 경기를 보여주는 등 ‘오모테나시’(일본식 환대)의 극치를 보여줬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6일 오전 도쿄 인근 지바현의 모바라 골프클럽에서 만났다. 아베 총리는 손수 골프 카트를 몰고 트럼프 대통령을 클럽하우스로 데려가 미국식 조찬으로 아침을 대접했다. 이어 약 2시간30분간 전체 18홀 중 16홀을 돌았다. 라운딩을 마친 두 정상은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더블치즈버거로 점심식사를 했다.

두 정상이 골프 회동을 한 건 다섯 번째다. 이번에는 일본의 ‘골프 영웅’ 아오키 이사오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방일 당시 미국의 ‘골프 황제’ 잭 니클라우스와 아오키가 맞붙었던 1980년 US오픈을 언급하며 아오키의 기량을 칭찬했었다. 두 정상이 함께 돈 모바라 골프클럽도 아오키가 설계했다.

두 정상은 이어 오후 5시쯤 도쿄 료고쿠 국기관에서 프로 스모 결승전 경기를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모 경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씨름판 바로 앞에 위치한 ‘마스세키(升席)’에 자리를 마련했다. 마스세키의 관객은 전통적으로 방석을 깔고 앉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책상다리를 불편해할까봐 방석을 치우고 카펫을 깔고 소파를 놨다. 스모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직접 씨름판에 올라 미국에서 가져온 ‘트럼프 배(杯)’를 우승 선수에게 수여했다. 트럼프 배는 높이 137㎝, 무게는 30㎏이다.

아베 총리는 경기 종료 후 트럼프 대통령을 도쿄 번화가인 롯폰기의 ‘이자카야’(일본식 주점)로 데려가 ‘로바다야키’(일본식 화로구이)로 부부동반 만찬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에서 “내가 스모 선수에게 수여한 멋진 트로피는 앞으로 수백년 동안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아침부터 골프를 쳤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도 잘하지만 골프 실력도 매우 훌륭하다”고 띄워줬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접대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건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각별한 ‘브로맨스’를 과시함으로써 미·일 관계 개선을 치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첫날인 지난 25일 일본 기업인들에게 ‘공정무역’을 강조하며 압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골프 회동 직후 트위터에 “미·일 무역협상 타결 시점을 참의원 선거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히며 아베 총리의 부담을 덜어줬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을 ‘작은 무기들(small weapons)’로 폄하하는 등 아베 총리의 대북 강경론과 결을 달리하면서 미·일 대북 공조에 균열 조짐이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