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대법원은 지난 23일 5회 기일을 열고 심리를 진행했다. 전원합의체가 5회에 걸쳐 심리하는 것은 이례적인 만큼 사실상 심리가 마무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농단 삼성뇌물 사건의 핵심 3인방(박근혜·이재용·최순실)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이르면 다음달 중 내려질 지 주목된다.

뇌물공여자(이재용)와 수수자(박근혜·최순실)로 얽힌 이들의 항소심은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뇌물 공여액과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뇌물 수수액은 2배 넘게 차이 난다. 뇌물을 준 자와 받은 자에 대한 판단은 일치돼야 하는 만큼 대법원에서 어느 한쪽의 결론은 파기환송될 수밖에 없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의 운명은 대법원이 어떤 쪽의 손을 드느냐에 따라 또 한번 달라질 수 있다.

항소심이 인정한 뇌물 금액 간에 차이를 만든 핵심 쟁점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했는지와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고급 말 3마리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었는지였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부정청탁이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16억여원 뇌물은 무죄가 선고됐다. 또 말 3마리는 소유권이 삼성에 있다고 보고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최순실씨가 실질 지배하는 코어스포츠에 삼성이 지급한 용역대금 36억원만 뇌물로 인정됐다. 반면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보고,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말 3마리 소유권도 최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16억원과 삼성의 승마지원금 70억여원 등 총 86억원이 뇌물로 인정됐다.

대법원에서 이 부회장 재판부의 판단이 깨질 경우, 특히 이 부회장을 ‘강요에 따른 피해자’가 아닌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자라고 판단하면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5일 옛 미래전략실 후신 격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과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을 구속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바로 윗선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정 사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증거인멸 작업 도중 삭제 키워드로 나온 ‘오로라’라는 단어에 주목하고 있다. ‘오로라’는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것에 대비한 프로젝트명이다. 검찰은 오로라 프로젝트의 존재가 삼성이 지배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본다.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자회사인 옛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바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바 수사를 고려해 대법원이 판단을 늦출 가능성은 적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한 고법 판사는 26일 “법률심(法律審)인 상고심은 하급심에서 채택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판단에 잘못이 없는지를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관들의 심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상고심이라 하더라도 종합적으로 사건을 볼 수밖에 없고 특검 의견서 등 삼바 의혹이 법관의 심증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구자창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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