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영화제 폐막식 뒤 열린 포토콜 행사에서 이 영화의 주연이자 그의 영화적 동반자인 배우 송강호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트로피를 바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은 총 21편이었다. 테런스 맬릭 등 황금종려상을 한 번 이상 수상한 감독의 작품이 5편이나 포함돼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이런 거장들과의 경쟁에서 이뤄낸 쾌거다.

봉 감독이 칸영화제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6년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다. 이후 옴니버스 영화 ‘도쿄!’(2008)와 김혜자 주연의 ‘마더’(2009)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옥자’(2017)로 경쟁부문에 올랐다. 2년 만에 ‘기생충’으로 다시 경쟁부문에 진출해 마침내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올라섰다.

봉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아버지 봉상균씨가 영남대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를 지낸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다. 어머니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 유명한 구보 박태원의 딸 박소영씨다. 그는 연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를 통해 영화에 입문했다.

첫 장편 연출작 ‘플란다스의 개’(2000)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치밀한 연출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으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탄탄한 스토리에 날카로운 사회비판을 담아낸 ‘살인의 추억’(2003)으로 스타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페르소나’인 배우 송강호와는 ‘살인의 추억’부터 17년간 4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봉 감독은 이날 칸영화제 수상소감에서 송강호를 가리켜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신호탄이 된 ‘괴물’(2006)로 ‘천만 감독’에 등극하며 명실공히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감독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섬세한 연출로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봉 감독 영화의 특징은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다는 것인데, 이는 모든 감독들이 가장 원하면서도 성취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이 출연한 ‘설국열차’(2013)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며 활동 무대를 넓혔고, 제작비 580억원이 투입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2017)로 새로운 플랫폼을 경험했다. 두 편 연달아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 봉 감독이 한국으로 돌아와 ‘작은 영화’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작품이 ‘기생충’이었다.

윤 평론가는 “봉 감독은 주제의식이 뚜렷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미장센과 공간, 캐릭터의 디테일을 살려 보는 재미가 있다”면서 “‘기생충’은 특히 그런 작품”이라고 평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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