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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하나님의 일, 사람의 일

마가복음 8장 27~34절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베드로 역시 예수님의 첫 수난 예고에 당황했습니다. 사흘 만에 살아난다는 영광스러운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3년 간 따르던 예수님이 버림받고 죽게 된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께 항변합니다. 이는 원어로 ‘꾸짖다’라는 의미인데, 공동번역에서는 ‘예수를 붙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일’ 대신 ‘사람의 일’을 생각한다며 꾸지람을 듣고 맙니다. 그들이 꿈꾸던 그리스도는 기적이 일상이며, 삶에 소망과 승리만을 가져오는 왕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일을 성취하시는 방식은 그들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그들이 생각했던 ‘사람의 일’은 ‘하나님의 일’에 대한 장애물이 되고 맙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보다 더 많은 신앙의 장애물을 마주치게 됩니다. 우리 안에 새겨진 하나님의 형상 대신 우리의 눈앞에 황금으로 만든 송아지의 형상에 눈길이 가곤 합니다. 더 낮은 곳으로 가시던 예수님의 발걸음 대신 우리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뛰는 승리자가 되길 원합니다. 고난 가운데에 동행하시던 하나님을 기억하는 대신 우리는 총리가 된 요셉이 되길 갈망합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자기를 부인하며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모습과는 제법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만일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대로 이렇게 왜곡된 자기를 부인하면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합니다. 복음서는 회개하고 복음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외침이 기억나십니까? “선생이여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라는 질문에 그는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 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라고 말합니다. 세리들에게는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라”고 합니다. 군인들에게는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고 합니다.

거룩한 영이 임해 그 속삭임에 따라 새로운 가치관을 따라 살아가는 삶이 모두 이런 극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예수님이 이미 걸으셨던 그 길을 따라 걷는 가운데에는 세상으로부터 혹은 기득권으로부터 처형되는 것과도 같은 원치 않는 상황과 고난이 따르곤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이 아닐까요?

스위스의 신학자 칼뱅은 “구별은 하되 분리시키지는 않는다”는 원리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묻는 설교를 했습니다. 사람의 일과 하나님의 일이 가진 각자의 독특성은 인정하지만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충성을 다하고자 세상에 나아가 갈아엎고 씨를 뿌리며 가꾸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의 일과 하나님의 일이라는 건 대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향한 우리의 태도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에 대해 가졌던 마음의 태도가 어떤지에 따라 사람의 일이 되기도 하고 하나님의 일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따르기로 결정하며 더디지만 천천히 걸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제자의 삶입니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삶의 끝에는 죽음이 놓여 있습니다. 소망과 달리 우리 삶의 끝에는 영광 대신 수치가, 승리가 아닌 패배가 기다릴지 모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럼에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길을 끝까지 완주하는 데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람은 살아서 영광을 누리고 살아서 영화롭게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으며 날마다 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부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은 이러한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갈 때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이름인 줄 믿습니다.

박종현 목사(서울 함께심는교회)

◇함께심는교회는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에 소속된 교회입니다. 2016년 3월 설립돼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세월호 유가족 등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로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지역 아동과 주민의 마음을 치료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운영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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