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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김영석] 한국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매주 국민을 웃게 하고 있다. 마운드에 올라 세계 최정상급인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에 국민은 환호한다. 한국인 투수여서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최강 투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자책점, 다승, 볼넷당 삼진 비율 등 대부분의 투수 지표 상위권에 류현진이 올라 있다. 모든 투수의 꿈인 사이영상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던 선수가 있었다. NC 다이노스 나성범이다. 3할 중반대 타격부터 홈런, 도루까지 탑클래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6년 연속 3할 타율, 5년 연속 150안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그였기에 메이저리그행은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3일 경기 도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올 시즌을 접었다. 1000안타를 때린 날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도 물거품이 됐다.

류현진이 진출했던 방식도, 나성범이 꿈꿨던 진출 통로도 포스팅 시스템이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낯선 제도로 7시즌 동안 국내에서 활동한 선수가 구단의 허락하에 해외 리그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졸 출신은 9년, 대졸 출신 선수는 8시즌을 채워야 얻게 되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보다 지원 요건이 낮다. 1997년 말부터 도입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류현진은 2012년 말 LA 다저스로 이적했다. 2006년 데뷔한 류현진은 2012년까지 7시즌을 뛰었고, 원소속팀인 한화 이글스도 동의했기에 가능했다. 반면 2012년 데뷔한 나성범은 올 시즌까지 뛰어야 7시즌을 채울 수 있었다. 올해까지 뛰면 8시즌을 소화하게 되는 것이지만 데뷔 해인 2012년은 NC가 2군 소속팀이었기 때문에 1군 경력에 포함되지 않았다. 1년을 더 기다렸지만, 이번엔 부상으로 메이저리그의 꿈이 좌절된 나성범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1시즌을 뛴다는 의미는 1군 등록 일수가 145일 이상 돼야 한다. 그러기를 7시즌 동안 해야 겨우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선수 대부분 군 문제까지 해결하고, 7시즌을 꼬박 채우게 되면 만 30세를 훌쩍 넘게 된다. 그만큼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가기가 쉽지 않다. 실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류현진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었던 박병호밖에 없다. 상당수 국민은 제2의, 제3의 류현진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의 생각은 다르다.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고, 국내 리그의 질적 저하를 차단하기 위해선 포스팅 시스템과 FA 자격 요건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저에는 팀 성적을 위해 우수한 선수를 보내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인기를 누려온 한국프로야구는 800만 관중을 정점으로 해서 최근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제 경기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때 대등한 위치까지 올라섰던 일본과도 격차가 크다. 국내 리그에선 저질 경기들이 늘어나면서 관중의 발길은 야구장을 떠나고 있다. 야구계의 ‘우리끼리’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달라져야 한다. 해외 리그 진출과 국내 리그 진입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 포스팅 시스템의 지원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할 때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구단의 허락만 있다면 1시즌만 뛰어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급격한 변화가 어렵다면 5시즌 정도로 타협점을 찾는 방법도 있다.

반대로 외국인 선수들에게 국내 리그의 문호를 활짝 여는 것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구단별로 3명 보유 한도를 정한 것도 모자라 신규 외국인 선수의 경우 연봉 총액 100만 달러 상한선 족쇄까지 채운 KBO다. 이러다간 말 그대로 프로야구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 국내 리그 보호라는 미명 하에 국내 선수들로만 리그를 계속 꾸려나가고 해외 진출의 기회를 차단한다면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김영석 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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