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각국 정상 간에는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트럼프의 환심을 사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아첨과 환대, 호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고 있다. 트럼프가 측근의 조언을 잘 듣지 않고 즉흥적이며 나르시시즘 성향이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변덕과 분노가 자국을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게 주요국 지도자의 첫째 책무가 된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26~29일 트럼프의 3박4일 일본 방문은 그 경쟁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당할 자가 없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앞으로 더 강자가 나타날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 골프와 스모 관람도 모자라 세 끼 식사를 같이하는 등 사실상 24시간 붙어 다닌 26일은 이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아베 총리는 일왕도 방석에 양반다리로 앉아 관람해야 하는 스모장에 트럼프를 위한 소파를 설치했고, 도쿄의 상징 건물인 스카이트리에는 미국 성조기를 상징하는 청색, 적색, 백색의 3가지 색깔로 조명을 밝히도록 했다.

AP통신은 ‘아베가 트럼프 환심 사기의 기대치를 높여버렸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베의 트럼프 접근법이 워낙 성공적이어서 각국 지도자들은 앞으로 트럼프 다루는 법에 대해 그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 판’이라고 썼다.

일본 제1야당은 “총리가 관광 가이드냐”며 과잉 접대를 비판했다. 하지만 도쿄에 머물고 있는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대다수 일본인들은 아베가 국익을 위해 정말 열심히 한다고 여기는 등 호의적이다. 아베는 트럼프 ‘관리’의 필요성을 가장 일찍 깨닫고 행동에 옮긴 지도자다. 2016년 대선 직후 뉴욕으로 날아가 당선인 신분인 트럼프를 만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의 호의를 얻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에 거의 모든 외교력을 쏟으면서 정상 간 친분을 통해 국익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 기간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라고 공공연히 말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아예 언급도 하지 않는 ‘한국 패싱’도 뚜렷했다. 아베의 ‘접대 외교’가 한국 국익을 해치는 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은 예들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