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당신의 정체성”

기독 철학자 제임스 스미스 베리타스 포럼 고려대 특강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턱수염의 철학자는 강연 내내 청중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다. 청중은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거나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철학자는 말했다. “우리의 갈망은 무엇인가를 예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예배와 예전(禮典)의 대상은 돈 섹스 권력 지식, 심지어 우리의 헌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만족을 줄 수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2019 베리타스포럼’이 28일 저녁 서울 성북구 고려대 과학도서관 강당에서 열렸다. 강연자는 북미 지성계에서 활발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독철학자 제임스 KA 스미스(사진) 미국 칼빈대 교수, 주제는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는가’였다. 스미스 교수는 유럽 현대사상에 기초해 아우구스티누스에서 아브라함 카이퍼에 이르는 신학적 문화비평 전통을 발전시킨 신학철학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그는 460여명의 학생과 일반인 앞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욕망과 습관, 사랑에 관해 이야기했다.

스미스 교수는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보다 무엇을 사랑하는지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우리 자신의 정체성 중심에 있는 사랑이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예로 SNS에 올리는 해시태그(#)가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습관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습관적으로 사랑하곤 한다”면서 “습관은 무의식적이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무엇인가를 사랑하도록 배우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모를 수 있다. 그는 “습관이 올바른 본성이 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습관을 예배 및 예전과 연결했다.

스미스 교수는 “당신이 집중하고 있는 그 무언가가 예전이라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사회는 우리가 명상하기보다는 번잡함을 사랑하도록 수많은 예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물질과 권력, 욕망은 절대로 만족감을 줄 수 없기에 끊임없이 하나님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 “스마트폰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내가 필요할 때 있어주는 것, 버릴 수 있는 것, 언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대에는 작은 기계 조작 행위가 자기중심적 습관을 심어줌으로써 자신을 다른 무엇보다 더 사랑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떤 신을 예배하는가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면서 “어떤 요구나 명령도 없이 우리에게 자신을 내어주며 희생하시는 하나님은 참회라는 고백의 예전을 통해 스스로 정직해질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한복음을 인용해 “하나님은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는다.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기 위해 속삭이고 계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베리타스포럼은 1992년 하버드대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북미와 유럽의 200여개 대학에서 2000회 이상 포럼을 개최했다. 참된 진리(베리타스)인 기독교 정신을 복원하기 위해 인생의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최근엔 기독교 신앙과 타 종교, 세계관 간의 대화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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