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회가 삭막해서 이웃끼리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이사 온 지 다섯 달밖에 안 되었지만 남편은 벌써 동네에서 많은 사람을 사귀었다.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면 이웃들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쫑이 엄마는 지금 대만 여행을 갔다든가, 희망이네 집에는 시골에서 장인어른이 올라오셨다는 둥 이웃집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 며칠 전에는 사랑이 아빠가 갑자기 출장을 가게 되었다면서 사랑이가 하룻밤만 우리 집에서 지내면 안 되겠냐고 했다. 그렇다. 쫑이도, 희망이도, 사랑이도 우리 동네에 사는 개 이름이다.

어느 날 남편의 핸드폰에는 ‘애견공동체’라는 단톡방이 개설되었다. 대체 애견공동체가 무엇이기에 말수 적은 남편이 수다를 떨게 하는 걸까. 애견공동체 사람들은 애견에 대한 온갖 정보를 공유한다. 단톡방에서는 산책로와 진드기 목걸이에 대한 정보가 오가고 동네 동물병원에 대한 품평이 이어진다. 애견공동체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은 도시락을 싸서 개를 데리고 다 같이 산에 올라간다.

시간이 흐르면 공유하는 정보가 애견에 대한 것을 넘어선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가족과 직업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게 된다. 누구네 집은 부모님이 병환 중이고, 누구네 집에서는 곧 아이가 태어날 것이고, 누구네 집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들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기분이 들었다. 지난주에는 나도 그 모임에 초대받아 남편과 동행했다. 각자 음식을 한 가지씩 가져와 넓은 마당이 있는 장군이네 집에서 포틀럭 파티를 열기로 한 것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과 성별이 다양한 사람들이 둘러앉으니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것 같았다. 나는 그 집의 다섯 살짜리 사내아이가 일곱 마리의 개와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며 즐거운 식사를 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개 때문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개를 핑계로 만나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 보였다. 애견공동체는 우리 사회에서 저절로 만들어진, 몇 안 되는 다정한 공동체가 아닐까.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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