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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이남주] 6월 외교가 중요하다


6월엔 굵직한 외교일정들이 이어진다. 5일부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국빈방문한다. 이달 하순에는 일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그 기간 미·중 정상회담이 별도로 진행된다. 이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다. 이런 일정들 속에서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돌파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북·미 대화의 진전을 위해선 미국이 ‘계산법’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위해 북한이 입장을 변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6월 외교에서 돌파구를 못 찾으면 한반도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진입할수록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에 집중하긴 더 힘들어진다. 선거는 주요 정치행위자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북핵 문제에 효율적 접근을 어렵게 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이른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새로운 길’이 무엇인가에 따라 현재의 교착상태는 갈등과 대립이 구조화되는 국면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북한이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당일 리용호 외무상의 주장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입니다.”

북한의 ‘새로운 길’은 비핵화를 조건으로 주한미군 문제를 포함한 군사적 문제에 대한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화가 재개되기는 더 어렵고 군사적 힘의 대결로 돌아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북한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새로운 협상의 출발점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아직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의 동력은 상호 신뢰보다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상황이 안정되면 대화의 동력이 약화되는 양상이 반복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다행히 대화가 궤도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방지하고 이를 재개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실마리들이 최근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관료들이 대화의 필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트럼프 본인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5월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시설 한두 곳을 없애는 제안을 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세 곳도 더 없애라고 요구해서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도 진지한 발언이라면 의미심장하다. 북·미 간 입장 차가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핵시설 신고’나 ‘핵폐기 일정표 제시’ 등을 둘러싼 게 아니라 핵시설 폐기 규모에 관한 문제라면 이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지난 1일에는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제시된 시한 내에 미국이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나온다면 조선도 그에 상응하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북한이 대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나온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살펴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핵화 실현에 실질적 의미를 갖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데 더해 확인된 추가적 핵시설 폐기를 약속하고, 미국이 이에 충분한 상응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게 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되도록 해야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분명한 복안을 갖고 미국과 북한을 적극 설득하는 주변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6월 외교에 나서야 한다.

이남주(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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