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친필 휘호석이 설치된 공공시설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중요한 공공건축물이나 도로 등인데 그곳에 휘호를 남긴 것은 자신의 업적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게다. 휘호석을 가장 많이 남긴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문화예술의 전당’이란 휘호를 새긴 세종문화회관 기념석, 서울 독립문~홍제동 구간 도로확장을 기념해 설치한 ‘무악재’ 비석, 서울 은평구 구파발 통일로 입구에 있는 ‘통일로’ 비석 등의 글이 그의 친필이다. 정부서울청사 1층 로비 벽면을 장식한 휘호도 그의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에 ‘국민독서교육의 전당’이라는 휘호석을 남겼고 예술의전당에도 ‘문화예술의 창달’이라는 휘호를 새긴 기념석을 세웠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앞 바위에 ‘예술창조의 샘터, 문화국가의 터전’이라는 휘호를 새겼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에 설치된 ‘자유로’ 비석도 그의 글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11월 독도에 ‘대한민국 동쪽 땅 끝’이라 새긴 표지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청사에 ‘정보는 국력이다’라고 쓰인 휘호석을 남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경의선 남측 통문지역에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 새긴 기념석을 남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앞면은 ‘독도’, 뒷면은 ‘대한민국’이라고 새긴 휘호석을 독도에 설치했다.

대통령 휘호석은 재임 중 성과를 떠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구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충북 청주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에 설치된 ‘청렴이 대한민국을 바꾼다’란 글이 새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휘호석이 임 후 철거 여론에 휩싸였던 게 대표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정농단 사태로 물러난 후 세종특별자치시청 휘호석이 붉은 페인트로 훼손되는 등 같은 신세가 됐다. 최근에는 전 전 대통령이 남긴 11공수특전여단 기념석이 구설에 올랐다. ‘선진조국의 선봉’이란 글이 새겨진 이 기념석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11공수여단이 1982년 전남 담양으로 부대를 옮겨오면서 세운 부대 준공 기념석인데 5·18단체의 반발로 땅에 묻혀 밟히는 조롱거리가 될 신세다.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 그가 남긴 휘호석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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