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는 ‘냄새’라는 단어가 열다섯 번쯤 나온다. 1970년대 도시개발에서 소외된 빈곤층의 현실을 작가는 여러 가지 냄새로 묘사했다. 난장이 김불이씨 가족이 사는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은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무허가 판자촌인데, 부유한 이들의 ‘주택가’와 개천을 사이에 두고 있다. 김씨의 아들 영호는 두 동네를 냄새로 구별한다. 주택가 골목에선 고기 굽는 냄새가 나고, 판자촌 풀밭에서 곧잘 울음보가 터지는 여동생에게선 풀냄새가 났다. 여동생은 엄마에게 오빠의 행실을 고자질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오빠가 또 옆 동네에 고기 냄새 맡으러 갔었대.”

재개발 붐을 타고 이 판자촌에도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자 김씨를 비롯한 주민들에게 철거계고장이 날아들었다. 아파트 입주권을 준다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돈을 더 내야 해서 다들 헐값에 외지인에게 팔아넘기고 만다.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거간꾼 앞에 몰려든 동네사람들에게서 영호는 눈물 냄새를 맡았고, 그렇게 팔린 입주권을 되찾겠다고 집을 나갔다가 험한 꼴을 당한 여동생은 자기 몸에서 외지 남성의 정액 냄새를 맡는다.

영화 ‘기생충’에도 냄새를 말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부잣집 가장 박 사장은 자신의 운전기사가 된 가난한 가장 김씨에게서 “무슨 냄새인지 잘 설명할 순 없지만 지하철 타는 사람들한테 나는 그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박 사장의 아들은 이 집을 드나들게 된 김씨 가족에게 다 똑같은 냄새가 난다며 코를 킁킁거리고, 이를 전해들은 김씨의 딸은 그 냄새의 정체를 “반지하 냄새”라고 규정한다. 경력을 꾸며내 부잣집의 과외선생과 운전기사와 가정부가 될 만큼 거짓말에 능통한 김씨 가족도 몸에 밴 이 냄새는 어쩔 수 없었다.

1976년에 발표된 ‘난쏘공’과 2019년의 ‘기생충’은 나란히 냄새를 활용해 빈부격차를 표현했다. 냄새를 맡는 주체가 가난한 이에서 부유한 이로 바뀌어 냄새의 정체도 고기 굽는 냄새에서 반지하 냄새로 달라졌을 뿐, 넘어설 수 없는 계층의 벽을 상징한다는 본질은 같다. 어쩌면 냄새의 성격은 더 고약해진 것일지 모른다. 고기 냄새와 달리 반지하 냄새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무슨 냄새인지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탓에 지우기도 쉽지 않을 테다. 4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 사회의 격차가 그만큼 치밀하게 뿌리를 내린 건 아닌지….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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