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위험에 빠진 ‘길 잃은 양’… 사회로 돌아가게 돕는 ‘지킴이’

노숙인 등 어려운 이웃 섬기는 서울 ‘살맛나는교회’

이병선 살맛나는교회 목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종묘광장공원에서 노숙인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교하고 있다.

지하철 서울역 13번 출구 인근의 살맛나는교회(이병선 목사)에는 늘 노숙인들로 북적인다. 노숙인들에게 상담을 제공하고 쉼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은 이곳에서 전화와 팩스를 사용하고 물품을 보관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구인광고를 보기도 한다. 매주 목요일 서예 강습도 받는다. 모든 것이 무료다.

교회는 군(軍) 준위로 제대한 태권도 4단의 이병선(65) 목사가 2012년 4월 설립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그는 교회 설립 직후 ‘행정사 이병선 사무소’를 개설했다. 노숙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행정·법률 상담을 무료로 해준다.

지금까지 800여명을 상담했다. 사무소는 카페 형태로 운영 중이다. 커피와 차, 다과를 무료로 제공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책과 성경을 비치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범죄예방 교육도 한다. 교육 때마다 각종 범죄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노숙인들은 각종 범죄의 유혹에 취약합니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단돈 몇만 원을 주면서 취업이나 숙소 제공을 미끼로 다가서는 사기수법에 걸려들기 십상이지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때문에 그는 노숙인 신분증, 가족관계등록부 등 각종 증명서 발급을 돕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위한 서류도 챙긴다. 부당한 민·형사 소송에 휘말린 이들에게 행정서류 및 상담을 제공한다. 학업 및 취업 등도 알선한다.

“자신도 모르게 유흥업소 바지사장이나 유령회사 대표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되면 재활은 더욱 멀어집니다. 졸지에 형사범으로 내몰리고 지명수배자나 신용불량자가 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올무의 덫에 걸려 노숙인의 삶을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는 ‘거리의 천사’로 불린다.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에 7차례 음식을 제공한다. 매주 수요일엔 서울 종묘광장공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배식한다. 쪽방촌 주민에겐 반찬을 나눠준다. 서울역 광장에서 의료봉사활동도 벌인다.

이 목사의 목표는 노숙인들이 다시 일어나 사회에 복귀하는 것이다.

“노숙인들이 다시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하려면 재활의 기초가 되는 주민등록의 회복, 연고자를 찾아 인우보증을 받고 호적을 복원시키는 신분 회복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어떤 노숙인은 신분 회복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가 남긴 재산이 확인돼 전혀 기대하지 않던 재산을 상속받은 사례도 있어요.”

이 목사는 설교를 통해 헌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만약 돈이 없으면 편지(또는 기도제목)라도 써서 헌금함에 넣으라고 말한다. 편지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심정으로 솔직히 기록해 달라, 돈을 탕진하고 이제 빈털터리가 돼 못 드려 죄송한 심정을 글로 써서 헌금함에 넣어 달라고 요청한다.

이병선 살맛나는교회 목사가 노숙인들과 대화하는 모습.

그러길 몇 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노숙인들이 자발적으로 헌금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100원, 500원, 1000원, 5000원, 어떤 이는 틀니 하려고 틈틈이 모은 100만원을 헌금했다.

노숙인 박모(54)씨는 구걸하며 모은 100만원을 무료급식에 보태라며 헌금했다. 이 목사가 되레 만류했지만 노숙인은 기어이 헌금함에 돈을 넣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자신의 쌈짓돈을 털어 헌금한 노숙인이 ‘자신은 받기만 하고 살았는데 베풀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하며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고 전했다.

노숙인 교회에선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술에 취한 노숙인이 대낮에 교회에 들어와 음향기기를 비롯해 온갖 집기를 다 부숴버린 일도 있었다.

하지만 고생보다 보람이 더 크다. 노숙인 형제자매를 방송통신고에 보내 겨우 졸업을 시킨 뒤 결혼식까지 올리게 했던 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최근 그는 ‘도둑맞은 헌금’이란 책을 냈다. 백석대 대학원에서 ‘한국교회 헌금의 인식도 분석을 통한 목회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기자에게 ‘짤짤이 순례’라는 말을 아는지 물었다. ‘짤짤이 순례’는 교회 예배(기도회)에 참석하고 돈을 받는 걸 뜻한다. 노숙인 김모(63)씨는 매주 20~30곳의 교회를 분주히 찾아다닌다. 작게는 500원, 1000원을 주는 곳도 있고 그 이상 주는 교회도 있다. 이렇게 이곳저곳 배회하는 노숙인 치고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이 목사는 노숙인들에게 “복을 받기 위해 헌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받은 구원과 하나님 은혜에 대한 응답으로 헌금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2월 사단법인 ‘살맛나는 공동체’가 출범했다. 무료급식 외에 여러 사업을 통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함이다. 포항에도 지부를 설립했다. 한 회원이 자신의 건물을 5년간 무상 임대한 것이다. 일주일에 3끼를 제공한다.

하지만 요즘 위기에 봉착했다. 뜻깊은 회원들의 자원봉사 활동도 포기해야 할 처지다. 무료급식을 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목사가 근근이 운영해왔지만 이젠 운영할 자금이 없고 후원 손길마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 목사는 “가난하고 소외 이웃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도울 작정”이라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니만큼 이 봉사의 길이 번성하리라 믿는다”고 관심을 부탁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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