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드라마의 연이은 일본 진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선을 끌고 있다. 국내 최초 법의학물로 2011년 방송돼 큰 사랑을 받은 박신양 주연의 ‘싸인’(SBS·왼쪽 사진)과 리메이크 돼 오는 7월 일본에서 전파를 탈 예정인 ‘싸인’(TV아사히)의 포스터. 각 방송사 제공

한국 드라마들의 일본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다음 달에만 국내 작품 리메이크작 3편이 일본에서 전파를 탄다. 한층 높아진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국내 작품 특유의 감성을 원하는 현지 제작진의 이해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발 콘텐츠는 한국 드라마 시장에 꽤 오래전부터 얼굴을 비춰왔다. 일본 만화와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00년대 중반쯤부터다. ‘하얀거탑’(MBC·2007), ‘꽃보다 남자’(2009), ‘직장의 신’(이상 KBS2·2013) 등이 연이어 전파를 탔다.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은 더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미 끝맺은 ‘최고의 이혼’(KBS2),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tvN·이상 2018), ‘더 뱅커’(MBC·2019)부터 방영 중인 ‘절대그이’(SBS)까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숱한 리메이크작이 선보이고 있다.

활발한 수입 배경으로는 양국의 문화적 유사성이 꼽힌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는 “드라마는 새로워야 하지만 동시에 낯설어선 안 된다. 일면 신선하면서도 같은 아시아 문화권으로 작품 플롯과 구성을 가져오기 편하다는 점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일본 드라마만의 담백한 정서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감성이 특색인 일본 드라마에 대한 마니아층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국내 제작진의 긍정적인 시각도 수입 활성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소식이 연달아 전해져 눈길을 끈다. 오는 7월 국내 작품을 각색한 드라마들이 일본 3개 방송사에서 하나씩 선보인다. 이보다 앞서 현지에서 리메이크 된 적 있는 ‘미생’(2014), ‘시그널’(이상 tvN·2016), ‘굿닥터’(KBS2·2013) 등에 이어 수출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후지TV는 이준기 주연의 ‘투윅스’(MBC·2013)를 내보낸다. 살인누명을 쓴 남자가 백혈병에 걸린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흡인력 있게 그리며 사랑받았었다. 인기 배우 미우라 하루마가 일본판 주인공을 맡았다.

박신양이 출연한 김은희 작가의 ‘싸인’(SBS·2011)은 TV아사히에서 전파를 탄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법의학을 다룬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25.5%(닐슨코리아)를 기록한 바 있다. 주인공을 맡은 오모리 나오는 “속도감 넘치는 원작을 즐겁게 봐 부담도 있다. 한 단계 진보한 색깔을 제시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보이스’(OCN)는 니폰TV에서 만날 수 있다.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로 OCN에서 세 번째 시즌이 방송 중인 인기작이다. 일본판 제목은 ‘보이스 110긴급지령실’. ‘하얀거탑’ 원작의 주인공이었던 국민 배우 카라사와 토시아키, 그리고 마키 요코가 주연으로 나선다.

이 같은 한국 드라마 수출 청신호에는 우선 국내 작품 수준의 질적 향상이 뒷받침됐다고 볼 수 있다. 정 칼럼니스트는 “한국 드라마 시장과 투자 규모가 점차 커지며 극에 쓰이는 세트나 효과 등 전체적 수준이 함께 성장해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이 그렇듯 한층 치열해진 콘텐츠 경쟁 속에 새 색깔을 원하는 일본 방송가의 수요가 반영된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윤 평론가는 “단순화하기 어렵지만, 한국 드라마는 일본 작품과 비교해 정서적인 부분이 강하고, 내러티브가 역동적인 편”이라며 “현지 드라마에 없는 지점들을 보완해 시청자들에게 색다르게 다가가면서, 작품적인 면에서도 새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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